[박영철]흑백의 사회에서 컬러의 사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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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흑백의 사회에서 컬러의 사회로

[목요세평]박영철 대전예고 이사장

  • 승인 2010-02-03 14:33
  • 신문게재 2010-02-04 20면
  • 박영철 대전예고 이사장박영철 대전예고 이사장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컬러TV는 먼 나라의 이야기였을 뿐이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아마도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TV의 세계가 텔리비전의 모든 것이라고 여겼을 것이고, 총천연색의 TV는 알지도 못하고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술과 자본의 진보는 약 30여년 전 우리에게(미국의 경우 1960년대 초) 검고 흰 화면의 세계를 온갖 색이 다 어울려 있는 세계로의 새로운 여행을 선사하였다.

▲ 박영철 대전예고 이사장
▲ 박영철 대전예고 이사장
필자는 요즘 사회를 보고 있노라면 문득 우리사회가 아직 흑백의 세계관에 갇혀 컬러의 세계관으로의 진화를 못하고 있지 않나 하는 걱정이 들어선다.

학문적 근대국가의 형성시기가 이제 60회 생일을 지나온 우리로서는 지금의 사회적 발전 속도가 결코 느리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많은 부분에서 흑백, 선악의 이분법적 사고의 뿌리가 깊숙히 21세기 한국인의 의식구조에 남아있다는 아쉬움을 그대로 지나칠 수 없어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면 외화내빈(外華內賓)이란 말이 생각난다. 각종 스포츠 스타들이 세계정상의 위치에서 정상의 플레이를 펼치고 있으며, 세계 정상의 위치에 올라와 있는 몇몇 글로벌 기업들은 세계의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와 있으며, 국가적으로도 각종 국제행사의 주최국이자 주요 국가로서 위상을 자랑하는 등 우리 역사에 유례가 없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러한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이러한 동력을 국민생활의 질 개선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스포츠 스타들의 활약은 우리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통쾌함을 줄 수 있지만 그 결과의 실질적 수혜는 지극히 개인적 영광일 뿐이다.

한쪽에서 보면 대기업들의 성장은 일자리를 창출해 줄 수 있고, 경제를 윤택하게 해줄 수 있으나 이것 역시 그 기업에 종사하는 일부에 해당될 뿐 국민전체에 파급되려면 기업의 사회화로 이어져야 한다. 또한 부의 집중화와 양극화로 인한 중산층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을 우린 미국의 예에서 배웠다. 지금 거두고 있는 외교적 성과 역시 단기적으로 국위가 높아지는 효과는 있겠으나 이것이 국민 생활의 질의 개선으로 이어지게 해야하는 과제를 남겨둔다.

80년대 일본은 국가와 기업은 세계의 중심 무대에서 미국을 이을 자본주의의 후계자로 부상하였고, 지금의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국제적 위상을 보유했다. 그러나 국가 국민간 균형 발전에 실패하여 국가, 기업과 국민 사이의 빈부 격차는 결국 지금 출구가 없는 20년에 걸친 장기 불황을 가져 왔고 또한 세계를 누볐던 도요타, 혼다, 소니 같은 일본의 대기업들이 지금 벼랑끝에 몰리게 되는 현실을 가져왔다.

요즘 우리를 보면 미국과 일본의 나쁜 선례들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앞서가는 집단들, 예를 들어 국가, 관료, 대기업, 대학, 수도권, 정치권 등 이들의 화려한 성적에 취해 이를 받쳐주는 집단, 즉 국민, 중소기업 및 영세 자영업자, 초중고등학교, 비 수도권, 다문화 가정, 장애인과 소외계층 등의 관심과 발전에 국가와 사회가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TV 기술적인 부분은 잘 모르지만, 흑백의 화면을 내보내는 것이 분명 컬러화면을 내보내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고 빠를 것이다. 그러나 흑백의 화면에 나온 세상의 모습은 두가지의 색만을 담을 뿐 진실된 색을 표현해 낼 수 없다.

지난 60년간 한국의 사회는 흑백의 사회에서 살아왔다. 모든 것이 이분법 적이다. 정치, 경제, 가정, 학교 등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선과 악, 아군과 적군, 성공과 실패, 부와 빈곤이라는 단어들로 특정 지어졌으나 이제 흰색과 검은색 이 외에도 수 많은 색이 있는 현실을 우리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제 골고루 잘 사는 사회에 대한 꿈을 대한민국이 가져 봄직도 한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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