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2시 대전시 중구 문화동 기독교사회복지관 2층.이곳에는 한 무리의 노인들이 번호표를 손에 쥐고 자기 순서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순서를 기다리는 노인들은 뭉쳤던 어깨 근육이 모두 풀렸다는 둥 밤에 쉽게 잠들 수 있게 됐다는 둥 얘기를 주고받으며 자기순서가 오기를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시각장애 안마사들의 두툼한 손은 노인들의 어깨부터 시작해 등과 허리를 거쳐 종아리까지 20여 분간 머무르는 동안 뭉친 근육을 풀어내기 충분해 보였다.
안마를 받는 동안 편안함에 잠든 듯한 노인도 있었으며 몸에 아픈 곳을 설명하며 안마를 부탁하는 이들도 있었다.
안마를 받은 엄상석(72·문화동)씨는 “땀 흘리며 20분 동안 안마를 해줘 시원하기도 하지만 어찌나 고마운지 내가 다시 안마를 해주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신인순(56·문화동)씨는 “손가락이 굳어 잘 펴지지 않아 고생했는데 이곳에서 안마를 받아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복지관을 돌며 안마봉사를 벌이는 헬스키퍼는 전국에서 대전시가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다. 건강이 좋지 않은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건강을 지키는 기회를 줄 뿐 아니라 시각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이중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 박영숙(45·여)씨는 “복지관을 돌아가며 하루에 네 시간 씩 일할 수 있어 과거보다 생활에 많은 안정을 찾았다”며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건강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보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대전시가 고용한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모두 101명. 15명씩 조를 나눠 대전지역 33기관 안마봉사를 펼치고 있다.
대전시 장애인복지과 노칠선 씨는 “헬스키퍼는 지난해 처음 도입해 시각장애인들과 주민들에게 호응을 얻어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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