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다른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자

  • 문화
  • 문화/출판

조금 '다른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자

<도서관 사서들의 맛있는 책 읽기> ■나는 런던에서 사람책을 읽는다

  • 승인 2010-02-02 14:10
  • 신문게재 2010-02-03 12면
  • 강석미 한밭도서관 사서강석미 한밭도서관 사서
 “<리빙 라이브러리>의 콘셉트는 단순했다. 도서관에 와서 ‘책’을 빌리는 대신 ‘사람’을 빌린다는 것. 대출시간은 30분. 독자들은 준비된 도서목록(사람들 목록)을 훑어보며 읽고 싶은 책(사람)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책(사람)과 마주앉아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인생을 읽는 것이다. 도서목록에 올라 있는 사람들은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리 주변에 언제나 존재해왔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적이 없었던 사람들. 남들과 약간 다른 독특한 이력 덕분에 ‘오해의 시선’을 받아온 사람들. <리빙 라이브러리>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대화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서로 잘 알지 못해 가질 수밖에 없었던 타인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 고정관념을 줄이자는 의도로 기획된 행사였다.”


사람책? 리빙 라이브러리? 그게 뭐야? 아~

서문을 읽고서야 궁금증이 풀리면서 목차에 쭉 나열된 다양한 이력의 사람들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왔다.

친절하게도 빨간색으로 밑줄 쫙 그어 놔서 그 의도가 더 분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기획의도대로라면 이 책은 아주 훌륭하고 성실하게 그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언뜻 보기에도 조금은 '다른 사람'들인 듯한 싱글맘, 레즈비언, 여자 소방관, 트랜스젠더…. 하지만 작가를 통해 만나본 그들은 우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혹은 더 따뜻한 맘을 가지고 열심히 오늘을 살아가는 영국시민일 뿐이다.

거기다 조금 앞선 시행착오와 남들로부터 다름에 대한 오해를 몸으로 부딪쳐봄으로써 깨달게 됐을 듯한 삶에 대한 통찰력을 가진 듯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책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듯이, 모든 편견과 오해의 시선을 당당하게 마주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뜨거운 눈빛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평생, 직장과 집밖에 모르는 매우 엄격하고 딱딱하며 취미도 친구도 없는 남편과 40년을 살다가 예순에 가출을 감행한 한 진 할머니는, 그 한번의 용기 이후, 진정한 인생을 찾았다. 지은이가 말 하듯이 신기하게도 그 한번의 용기 이후, 그녀의 진정한 인생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독립을 하고 혼자 힘으로 세상에 선 예순 살부터 진은 진정으로 행복해졌고, 인생의 최고점에 올랐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제가 이렇게 자기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인지 몰랐어요. 시도해보기 전까지는 제가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지도 몰랐고요.”

영국의 장학사는 어떤 사람들이 할까? 장학사 스테판을 읽으며 어느 사회, 어느 집단이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은 다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지은이에게 대출된 스테판은 “기왕이면 재미있는 사람을 빌리지 그랬어요?. 장학사는 좀 지루하잖아요”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장학사는 지루한 관료주의자라고 생각한단다.

하지만 책에서 만나본 스테판은 아이들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먹고 마시고 공부하는 것에 더 관심이 큰 아이들을 사랑하는 진정한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이 결코 가져서는 안 될 게 바로 선입관과 편견이에요. '저아이는 아마 이 정도 수준일걸' '이런 가정 형편이니 여기까지만 기대해야지', 이런 선입관이 아이의 미래를 망칠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선입관과 편견을 깨자는 <리빙 라이브러리>에 매료됐어요.” 이렇게 말하는 스테판이 우리 아이의 선생님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우리 모두는 자기 생각대로 살아간다. 이런 재밌는 발상을 시작하여 그것을 또 현실화하여 리빙 라이브러리의 창안자가 된 “로니 아버겔”이 있는가 하면, 단단하고 견고한 선입견과 편견이라는 아무 쓸모없는 벽을 쌓고 그 안에 갇혀서 일생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늘 이 책을 읽은 나는 로니처럼 진취적인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하나의 현상만으로 그 모든 걸 알았다고 하는 생각의 오류는 범하지 않길 기대한다.

자연의 위대함이 그 모든 다양함을 다 포용함에 있듯이, 우리 사회의 건강함도 이 모든 다채로운 삶을 다 인정하고 끌어안았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2.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1. 유성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장관상 수상 쾌거
  2. 대전소방본부 나누리동호회 사랑나눔 '훈훈'
  3. 대전 중구, 민관 합동 아동학대예방 거리캠페인
  4. 크리스마스 케이크 대목 잡아라... 업계 케이크 예약판매 돌입
  5. 천안시 쌍용3동 주민자치회, '용암지하도 재즈에 물들다' 개최

헤드라인 뉴스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가 도안신도시로 변화한 분위기다. 대다수 단지에서 미분양이 속출했는데, 유일하게 도안지구의 공급 물량만 완판 행렬을 이어가며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하반기 일부 단지의 분양 선방으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내년에 인건비와 원자잿값 상승,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 등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21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분양한 도안 2-2지구 힐스테이트 도안리버파크 2차 1·2순위 청약접수 결과, 총 1208세대(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3649건이 접..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쌀쌀한 날씨가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을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10월 상담은 5만 29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9월 4만 4272건보다 13.6% 늘어난 수치다. 이중 소비자 상담이 가장 많이 늘어난 건 전기매트류로, 9월 22건에서 10월 202건으로 무려 818.2%나 급증했다. 올해 겨울이 극심한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자 미리 겨울 준비에 나선 소비자들이 전기매트류를..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가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두고 이례적 극찾을 하고 나서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공무원노동조합은 25일 '진짜 확 달라진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논평을 내고 2024년 행감 중간평가를 했다. 노조는 논평을 통해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평가하며, "도민 대의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며 과거 과도한 자료 요구와 감사 목적 이외 불필요한 자료 요구, 고성과 폭언을 동반한 고압적인 자세 등 구태와 관행을 벗어나려 노력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충남노조는 "사실 제12대 도의회는 초선 의원이 많..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