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을 읽고서야 궁금증이 풀리면서 목차에 쭉 나열된 다양한 이력의 사람들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왔다.
친절하게도 빨간색으로 밑줄 쫙 그어 놔서 그 의도가 더 분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기획의도대로라면 이 책은 아주 훌륭하고 성실하게 그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언뜻 보기에도 조금은 '다른 사람'들인 듯한 싱글맘, 레즈비언, 여자 소방관, 트랜스젠더…. 하지만 작가를 통해 만나본 그들은 우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혹은 더 따뜻한 맘을 가지고 열심히 오늘을 살아가는 영국시민일 뿐이다.
거기다 조금 앞선 시행착오와 남들로부터 다름에 대한 오해를 몸으로 부딪쳐봄으로써 깨달게 됐을 듯한 삶에 대한 통찰력을 가진 듯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책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듯이, 모든 편견과 오해의 시선을 당당하게 마주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뜨거운 눈빛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평생, 직장과 집밖에 모르는 매우 엄격하고 딱딱하며 취미도 친구도 없는 남편과 40년을 살다가 예순에 가출을 감행한 한 진 할머니는, 그 한번의 용기 이후, 진정한 인생을 찾았다. 지은이가 말 하듯이 신기하게도 그 한번의 용기 이후, 그녀의 진정한 인생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독립을 하고 혼자 힘으로 세상에 선 예순 살부터 진은 진정으로 행복해졌고, 인생의 최고점에 올랐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제가 이렇게 자기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인지 몰랐어요. 시도해보기 전까지는 제가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지도 몰랐고요.”
영국의 장학사는 어떤 사람들이 할까? 장학사 스테판을 읽으며 어느 사회, 어느 집단이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은 다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지은이에게 대출된 스테판은 “기왕이면 재미있는 사람을 빌리지 그랬어요?. 장학사는 좀 지루하잖아요”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장학사는 지루한 관료주의자라고 생각한단다.
하지만 책에서 만나본 스테판은 아이들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먹고 마시고 공부하는 것에 더 관심이 큰 아이들을 사랑하는 진정한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이 결코 가져서는 안 될 게 바로 선입관과 편견이에요. '저아이는 아마 이 정도 수준일걸' '이런 가정 형편이니 여기까지만 기대해야지', 이런 선입관이 아이의 미래를 망칠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선입관과 편견을 깨자는 <리빙 라이브러리>에 매료됐어요.” 이렇게 말하는 스테판이 우리 아이의 선생님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우리 모두는 자기 생각대로 살아간다. 이런 재밌는 발상을 시작하여 그것을 또 현실화하여 리빙 라이브러리의 창안자가 된 “로니 아버겔”이 있는가 하면, 단단하고 견고한 선입견과 편견이라는 아무 쓸모없는 벽을 쌓고 그 안에 갇혀서 일생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늘 이 책을 읽은 나는 로니처럼 진취적인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하나의 현상만으로 그 모든 걸 알았다고 하는 생각의 오류는 범하지 않길 기대한다.
자연의 위대함이 그 모든 다양함을 다 포용함에 있듯이, 우리 사회의 건강함도 이 모든 다채로운 삶을 다 인정하고 끌어안았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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