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한점·시한편 나누며 '曲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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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한점·시한편 나누며 '曲禮'

<문화의 창>

  • 승인 2010-02-02 14:09
  • 신문게재 2010-02-03 10면
  • 박재홍 시인·갤러리 예향관장박재홍 시인·갤러리 예향관장
대궐에서는 설날에 문신들이 지어올린 연상시(延祥詩) 중에서 잘 된 것을 선정하여 대궐의 기둥과 난간에다 입춘첩을 써 붙이는데 이것을 춘첩자라고 한다. 이렇듯 새봄을 송축하는데 이것을 춘축(春祝)이라고 한다. 입춘이 코앞이다. 설날도 다가오고 있는 사람은 있는 사람대로 없는 사람은 없는 사람대로 생각이 많은 것이 지금이 아닌가 싶다.

곡례(曲禮)라는 것은 겨례(經禮)의 마주보는 표현이다. 곡(曲)에는 완곡하다든가 미세하다는 뜻이 들어 있는데 쉽게 말하면 여러 가지 보편적인 예의를 뜻한다고 보면 맞겠다. 중용에 보면 주나라의 성시에는 예제(禮制)가 완비되어 있었으나 시대가 어지러워짐과 함께 민멸되었다.

IMF외환위기 이후 도움이 필요한 많은 단체와 기관들에게 자선의 손길이 끊어졌다고 한다. 근래에 알고지내는 한 시인의 소개로 수행하시는 수녀님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선 적이 있었다. 선적과 문화는 나눔이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종교와 계파 계층을 넘어서 공경함과 도의를 생각하는 것처럼 엄숙해야 하고 언어는 부드럽고 명확해야 한다는 조심스러움도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어지러워짐으로 인해 도움을 주는 사람들의 생각이 왜곡된 편견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달라고 했느냐, 그 사람이 누구와의 관계를 사칭하지는 않았을까 그곳의 주소와 연락처를 다오' 하면서 직접 그곳 전화번호를 받아 그런 사람이 있느냐 그곳이 그러한 도움이 필요한 곳이냐 하고 묻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곳에 그러한 사람이 있고 주변의 도움에 남는 것은 또 다른 나눔으로 전해진다는 사실 확인을 하고서도 자신의 그러한 행동이 선한 일을 소리 없이 하던 사람들이 드러났고, 그로 인해 도움을 받는 이들이 경직될 수 있다는 사실보다는 자신의 그러한 확인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종교적 당위성을 계속 말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선을 권면할 때에도 오만한 마음이 자라지 않게 해야 하고 더 큰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욕심을 마음대로 하려 해서도 안 되며 뜻을 만족시키려 해서도 안 되며 즐거움을 다하려 해도 안 된다는 고전의 가르침을 몸으로 배웠다.

그러한 행동을 한 그 사람이 인격적 결함이 있어서도 아니고 자신 나름대로 나누고 선행을 하는 훌륭한 교육과 인격적 소양을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한번쯤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의 마음을 생각해 보길 바랄 뿐이다. 중정이란 남과 사귀어 친근하게 되고 이를 공경하고 두려워 하지만 이를 사랑한다.

비록 주는 도움에 그 악한 것을 알아도 미워해도 그 선한 것을 아는 것이 바로 중정이기 때문이다. 절검해서 재물을 축적하고 능히 이를 흩어남을 구제한다면 마음은 언제나 편한 곳에 거하고 의를 보면 옮기며 선을 보면 능히 따른다는 것을 알게 되지 않을까 되물어 본다. 그 분의 너무 완고한 말들과 직설적인 주장 때문에 “죄송합니다. 뭔가 뜻이 잘못 전해졌나 보네요”하고 말았다. 사우(師友)란 의심나는 일에 무리한 억측과 내 의견을 드러내기 보다는 의심나는 일의 질문을 받았을 때는 이를 바로잡아 줄 뿐이다.

현실에서의 문화라는 기능이 정책적으로 혹은 사회적 분위기부터가 취약계층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가 존중되고 이들이 당당한 문화적 주체로 활동할 수 있는 감동이 어우러지는 정책과 마인드, 어울림의 예술이 창출돼야 하는 것이다. 그림 한 점이라도 혹은 시한편이라도 세상의 편견을 치유하는 나눔을 실천한다면 이 사회에 누가 정책을 따르지 않고 그 누가 작품의 진실성과 창조적 에너지가 아름답게 전이되지 않겠는가. 그러는 와중에도 다만 곡례(曲禮)함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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