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희 항우연 우주과학팀장 |
ISS는 1998년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 캐나다 등 세계 16개국이 참여해 건설을 시작한 뒤 당초 계획보다 많이 늦은 올해 완공될 예정이다.
지상 약 350~400㎞ 상공에 3명의 우주인이 머물며 인류의 우주탐사를 위해 필요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 ISS에서는 인류의 안전한 우주진출을 위해 의생물학, 물리, 재료, 연소, 신기술, 지구 및 우주관측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한마디로 우주공간의 실험실인 셈이다.
ISS 건설 참여국가들에서는 ISS에 너무 많은 예산을 들인다는 반론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SS가 인류의 우주탐사를 위한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ISS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들이 당장 세간의 주목을 끌지는 못하더라도 시간이 흐른 뒤 인간의 우주탐사 활동에 큰 기여를 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20~30여년 동안 우주개발을 위해 각종 실험장비를 개발하고, 우주실험을 진행해 온 미국, 유럽 등 우주개발 선진국들은 이미 적지 않은 파생기술과 이를 활용한 상업적 상품을 출시해 성공을 거두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ISS 건설 참여국이 아니다. 그렇지만 2008년 4월 한국우주인배출사업을 통해 한국 최초 우주인이 ISS에 10여일간 머물면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18가지 우주실험과 국제협력으로 제공된 3가지 우주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귀환했다. 우리나라 유인 우주개발사업이 첫 발을 뗀 것이다.
사실 당시에는 한국 최초 우주인의 우주비행에 더 많은 초점이 맞춰져 우주실험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가 실험할 18가지 우주실험 개발에 참여했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국내 대학, 관련 연구소, 기업체 등은 우주실험 장비개발을 통해 무중력 우주공간을 활용한 연구에 필요한 실험장비 제작기술과 노하우 등을 직접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우주공간에서 인간이 직접 사용할 실험장비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우주실험 인증 시험기술'도 처음으로 습득했다.
한국우주인배출사업이 끝난 지 약 1년 반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때의 경험을 발판으로 우주실험의 주요 목표인 유인우주 기반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국 우주인을 비롯해 국내의 우주실험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이루긴 어렵겠지만 국내의 우주실험 전문가와 ISS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일본, 유럽, 미국 등과의 협력을 통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핵심적인 기술을 습득해 나갈 것이다. 자체적인 유인 우주 프로그램을 수행하려면 많은 기술이 필요하지만 국제협력을 통해 우주실험 연구에 매진하다보면 ISS 건설 참여에 못지않는 기술 확보와 파생기술을 얻을 수 있다. 이런 기술은 앞으로 우리가 자체 유인우주프로그램을 수행하는데 초석이 될 수 있다.
요즘은 퇴근길에 더 자주 하늘을 본다. 밤하늘에서 달, 금성에 이어 세 번째로 밝게 빛나는 인류의 인공구조물, ISS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사실, 육안으로는 별빛이 움직이는 것과 같은 궤적만 확인 가능하다.)와 우리나라 유인 우주분야 발전을 위한 우주실험 기술의 효과적인 개발방안을 생각해 보기 위해서다.
국내 우주실험은 아직 작은 규모다. 그러나 우주실험을 주 연구 분야로 삼고 있는 연구자들과 인류의 우주 진출을 꿈꾸고 응원하는 국민들이 있기에 우리나라의 우주실험 역시 계속 전진,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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