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법대 유감'에 대한 유감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소영]'법대 유감'에 대한 유감

[중도마당]김소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0-02-01 14:13
  • 신문게재 2010-02-02 20면
  • 김소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소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얼마 전 일간지를 펼치다가 '법대 유감'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눈에 들어왔다.

▲ 김소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김소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칼럼의 요지는 우리의 잘못된 법대교육이 최근의 강기갑 의원 사건, PD수첩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판사들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었다. 오로지 고시합격을 목표로 육법전서에 매달려 건전한 상식과 균형감각을 갖추지 못했으니, 법관들이 사회적 보편성이나 시대적 법 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누구나 판결의 공정성에 대해 비판할 수 있으며, 또한 고시제도와 맞물린 법대교육이 전인적 교육에 소홀했다는 것도 분명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판결 자체에 대한 근거있는 비판이 아닌 법관의 자질, 나아가 법대교육까지 들먹인다면 이는 건전하고 통상적인 비판의 수준을 넘어 공격 수준이다. 설사 판결의 결과가 일반 국민의 법 감정이나 정치감각과 동떨어진다 해도 그 원인은 단순히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왜곡된 정치·사회적 역사, 근본적 개혁이 끊임없이 요구돼 왔던 사법제도나 검찰제도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새삼스럽게 문제의 판결들이 사법개혁의 실마리인 것처럼 동상이몽의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라는 식이다. 2월 임시국회가 사법개혁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다고 하지만 제대로 된 개혁의 길은 지난하다. 사법개혁 논의는 별론으로 하고 로스쿨 교수로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졸업생들이 후일 법조계에서 일할 때의 사법제도나 검찰제도는 어떤 모습으로 정착돼 있을 것인가? 혹여 여전히 정치적 변수에 밀려 갈등이 표출되는 상황에 처해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돼 시행되고 있는 현재의 로스쿨 교육은 기존의 법대교육과 차별화되고 있는가? 그리하여 일반 국민이 법관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 즉 고시에만 매달려 보편적 가치관과 폭넓은 상식이 결여된 외골수의 법관상을 불식시켜줄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과연 현재의 로스쿨 교육이 단순한 법률지식 전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로스쿨은 학부를 졸업해야만 들어올 수 있으므로, 학생들은 이미 대학시절 인문적 가치와 보편적 교양, 상식을 습득했다는 것이 전제된다. 또한 로스쿨 커리큘럼에는 법조윤리가 필수과목으로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쿨 3년간의 교육이 자칫하면 수험법학에 한정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 비법학도 출신인 로스쿨 학생들을 3년간 가르쳐 변호사시험이라는 관문을 통과시켜야 하는 교수들 입장에서는 일단 법률지식 전수에 몰두할 수 밖에 없다. 로스쿨이 도입돼 처음 강의를 시작한 지난 1년간 강의실을 지배했던 것은 오로지 경쟁원리였다.

어느 로스쿨이든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곧 로스쿨 평가 및 순위에 연결되므로 끊임없이 교수와 학생들을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강의의 이해를 돕기위해 소개하는 일화나 외국의 입법적 동향은 변호사시험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외면당한다. 나 역시 단순한 법 기술자만 양성하는 것이 아닌가, 로스쿨이 고시학원인가 하는 회의가 들면서도 변호사시험을 전제한 강의 위주로 나가고 있다.

기존 사법시험 제도의 병폐를 시정하기 위해 도입된 로스쿨의 법학 교육이 학문으로서의 법학교육이나 인성교육에는 전혀 비중을 두지 못하고 오직 변호사시험에 합격시키기 위한 수험법학으로만 전락한다면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로스쿨의 방향성 설정에 대한 재인식과 함께 제도 정착을 위한 후속 조치들에 대한 법무부와 법조계, 학계 사이의 대승적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로스쿨에서는 법 기술자가 아닌, '法'이라는 한자의 의미대로 '물이 흐르듯이' 세상을 조화롭게 해석하고 법을 집행하는 법조인을 길러내고, 사법개혁은 정치논리가 아닌, 오로지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이루어질 때에만 우리나라의 미래가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5.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