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누구나 판결의 공정성에 대해 비판할 수 있으며, 또한 고시제도와 맞물린 법대교육이 전인적 교육에 소홀했다는 것도 분명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판결 자체에 대한 근거있는 비판이 아닌 법관의 자질, 나아가 법대교육까지 들먹인다면 이는 건전하고 통상적인 비판의 수준을 넘어 공격 수준이다. 설사 판결의 결과가 일반 국민의 법 감정이나 정치감각과 동떨어진다 해도 그 원인은 단순히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왜곡된 정치·사회적 역사, 근본적 개혁이 끊임없이 요구돼 왔던 사법제도나 검찰제도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새삼스럽게 문제의 판결들이 사법개혁의 실마리인 것처럼 동상이몽의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라는 식이다. 2월 임시국회가 사법개혁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다고 하지만 제대로 된 개혁의 길은 지난하다. 사법개혁 논의는 별론으로 하고 로스쿨 교수로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졸업생들이 후일 법조계에서 일할 때의 사법제도나 검찰제도는 어떤 모습으로 정착돼 있을 것인가? 혹여 여전히 정치적 변수에 밀려 갈등이 표출되는 상황에 처해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돼 시행되고 있는 현재의 로스쿨 교육은 기존의 법대교육과 차별화되고 있는가? 그리하여 일반 국민이 법관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 즉 고시에만 매달려 보편적 가치관과 폭넓은 상식이 결여된 외골수의 법관상을 불식시켜줄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과연 현재의 로스쿨 교육이 단순한 법률지식 전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로스쿨은 학부를 졸업해야만 들어올 수 있으므로, 학생들은 이미 대학시절 인문적 가치와 보편적 교양, 상식을 습득했다는 것이 전제된다. 또한 로스쿨 커리큘럼에는 법조윤리가 필수과목으로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쿨 3년간의 교육이 자칫하면 수험법학에 한정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 비법학도 출신인 로스쿨 학생들을 3년간 가르쳐 변호사시험이라는 관문을 통과시켜야 하는 교수들 입장에서는 일단 법률지식 전수에 몰두할 수 밖에 없다. 로스쿨이 도입돼 처음 강의를 시작한 지난 1년간 강의실을 지배했던 것은 오로지 경쟁원리였다.
어느 로스쿨이든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곧 로스쿨 평가 및 순위에 연결되므로 끊임없이 교수와 학생들을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강의의 이해를 돕기위해 소개하는 일화나 외국의 입법적 동향은 변호사시험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외면당한다. 나 역시 단순한 법 기술자만 양성하는 것이 아닌가, 로스쿨이 고시학원인가 하는 회의가 들면서도 변호사시험을 전제한 강의 위주로 나가고 있다.
기존 사법시험 제도의 병폐를 시정하기 위해 도입된 로스쿨의 법학 교육이 학문으로서의 법학교육이나 인성교육에는 전혀 비중을 두지 못하고 오직 변호사시험에 합격시키기 위한 수험법학으로만 전락한다면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로스쿨의 방향성 설정에 대한 재인식과 함께 제도 정착을 위한 후속 조치들에 대한 법무부와 법조계, 학계 사이의 대승적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로스쿨에서는 법 기술자가 아닌, '法'이라는 한자의 의미대로 '물이 흐르듯이' 세상을 조화롭게 해석하고 법을 집행하는 법조인을 길러내고, 사법개혁은 정치논리가 아닌, 오로지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이루어질 때에만 우리나라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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