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식객:김치전쟁]손맛에 군침이 뚝뚝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식객:김치전쟁]손맛에 군침이 뚝뚝

■식객: 김치전쟁 감독: 백동훈, 김길형. 출연: 김정은, 진구, 왕지혜, 이보희.

  • 승인 2010-01-28 19:44
  • 신문게재 2010-01-29 13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
트럭에 식자재를 싣고 팔러 다니는 성찬은 어릴 적 친어머니처럼 자신을 길러준 수향을 보기 위해 춘양각을 찾는다. 마침 그곳엔 수향의 딸이자 천재 요리사인 장은이 10년 만에 돌아와 있다. 장은은 춘양각을 없애려 하고, 춘양각을 지키려는 성찬은 김치 경연의 대결을 제안한다.


옛날 양가집 며느리는 서른여섯가지 김치를 담그고 서른여섯가지 간장을 담글 줄 알아야 했다. 뿐만 아니라 개화기 의사이자 외교관이었던 미국인 알렌은 『조선견문』에 적기를 “조선 김치는 무려 140가지나 되며 다 익은 김치도 날 야채처럼 신선감이 나고 마늘을 넣지 않은 김치는 담백한 맛이 있다”고 했다.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김치. 140가지나 된다는 그 많은 김치를 다 맛볼 순 없겠지만 눈으로 볼 수는 있다. 영화 ‘식객: 김치전쟁’(이하 ‘식객 2’)에서다. ‘식객 2’는 ‘김치전쟁’이란 부제답게 123가지에 달하는 김치들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배추 5만 포기, 갖가지 양념을 합해 2억5000만 원을 들여 담갔다는 영화 속 김치들은 맛깔스럽다. 눈길을 잡는 김치만 꼽아 봐도 대게김치, 이북식 가자미식해, 상큼한 오이 롤 김치, 인삼을 넣은 우엉김치, 매콤한 해물 석박지, 콜라비 김치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미각을 자극하는 화려한 영상에 아삭거리는 음향효과가 겹치면 군침을 삼키지 않을 도리가 없다. 김치를 둘러싼 각종 지식도 흥미롭다.

김치 맛에 푹 빠져 잊지 쉽지만, ‘식객 2’는 음식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 어머니에 대한 영화다. “맛을 느끼는 것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이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의 어머니 숫자와 동일하다”는 원작자 허영만 화백의 말에 충실하다.

허 화백도 만화 ‘식객’에서, 해외 입양됐다가 어머니가 건네준 쌀 맛을 찾아온 미군, 어머니가 해주던 부대찌개 맛을 잊지 못하는 세계적인 석학, 어머니가 쪄주던 고구마 맛을 느끼고는 참회하는 사형수 등 어머니의 손맛에 얽힌 에피소드를 자주 등장시킨다. 어머니 이야기는 백이면 백, 우리 가슴에 잠든 어머니를 불러 깨우고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식객 2’도 그렇다. 모두 세 명의 어머니를 등장시켜 과하다 싶을 정도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어머니는 한순간 실수로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다니는 여상의 어머니. 여상은 어머니의 정이 담긴 맛을 잊지 못해 늦은 밤 어머니의 허름한 식당을 찾고, 어머니는 정성스레 상을 차리지만, 여상은 한 술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경찰에 붙잡힌다.

주인공 성찬의 어머니 이야기도 절절하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자신의 장애가 아들에게 해가 될까봐 눈물을 머금고 성찬을 유명한 전통음식점 춘양각의 수향에게 맡긴다.

춘양각 여주인 수향에게는 천재 요리사로 성장한 딸 장은이 있다. 장은은 기생집 딸이라고 놀림 받은 상처가 깊다. 그래서 장은은 지우고 싶은 기억의 상징인 춘양각을 없애려고 하고, 이를 지키려는 성찬과 김치 맛을 둘러싼 대결을 시작한다.

예상대로 장은은 현대적 기법을 동원한 김치를 선보여 결승에 오르고, 성찬은 토속 김치로 맞선다. 그러나 이야기의 얼개가 다소 경직되어 보인다. 비장의 에피소드도 칼칼하게 숙성된 것 같진 않다. 발효와 숙성의 다채로운 얼굴들-똑같은 김치라도 어떻게 익히느냐에 따라 천차만별 달라지는 맛-을 더 깊이 있게 조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감독이 맛의 기본기를 잘 아는 요리사라는 데 이의가 없다. 특히 소금 에피소드는 짭짤해서 여운이 길게 남는다. 소금은 모든 음식의 시작이자 끝.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음식에 녹아있을 뿐이다. 그게 엄마의 자식사랑 같은 거라고 감독은 말한다.

한마디로 잘 차린 한정식 같은 영화다. 하지만 상다리가 휘어진다고 해서 모든 요리가 다 맛있는 건 아니라는 걸 다들 안다. 딱 그만큼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2.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3.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4.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5. 남서울대, 청주맹학교에 3D 촉지도 기증
  1.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2.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가 도안신도시로 변화한 분위기다. 대다수 단지에서 미분양이 속출했는데, 유일하게 도안지구의 공급 물량만 완판 행렬을 이어가며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하반기 일부 단지의 분양 선방으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내년에 인건비와 원자잿값 상승,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 등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21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분양한 도안 2-2지구 힐스테이트 도안리버파크 2차 1·2순위 청약접수 결과, 총 1208세대(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3649건이 접..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대한민국 펜싱의 역사를 이어갈 원석을 찾기 위한 '2024 대전광역시장기 전국생활체육 펜싱대회'가 뜨거운 열기 속에 막을 내렸다. 시장배로 대회 몸집을 키운 이번 대회는 전국에서 모인 검객과 가족, 코치진, 펜싱 동호인, 시민 2200여 명이 움집, '펜싱의 메카' 대전의 위상을 알리며 전국 최대 펜싱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23~24일 대전대 맥센터에서 이틀간 열전을 벌인 이번 대회는 중도일보와 대전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전시펜싱협회가 주관한 대회는 올해 두 번째 대전에서 열리는 전국 펜싱 대회다. 개막식 주요 내빈으로는 이장우..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