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이라는 검은 세력은 계속해서 꺼뜨려도 꺼지지 않는 불과 같고 몇 번을 잘라도 잘리지 않는 도마뱀의 꼬리와 같다. 이러한 학교폭력의 생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학교폭력의 질긴 근성보다 더 질기고 끈질기게 예방과 근절에 나서야 마침내 승리할 수 있다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학교 폭력의 검은 세력과의 싸움에서 먼저 지쳐서는 안 된다.
우선 학교폭력의 난해성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제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즉, 학교폭력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몫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겪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수많은 연구가 있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뚜렷하게 그 원인과 발생 메커니즘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처럼 그렇게 많은 연구는 아니지만, 필요한 부분의 연구는 간헐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학교폭력의 원인과 발생 메커니즘을 한국적 상황에서 설명하려는 시도도 물론 있었지만, 미국의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분명한 결론을 내지는 못하였다.
결국 학교폭력을 근절하고 예방하겠다는 의지에 불타고 있는 사람들은 곳곳에 많이 있지만, 그것이 어떻게 발생하고 있는지, 어떤 요소와 부분을 작동 시키면 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이론과 지식을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이런 것들이 학교폭력에 대한 대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학교폭력을 다루는 교사를 포함한 어떤 전문가도, 특정 책이나 연구물 속에 제시된 이론의 틀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당면한 학교폭력 문제를 해석하거나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화가는 이론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싶은 구체적인 대상을 접했을 때 자신의 순수한 감성에서 오는 느낌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학교폭력을 다루는 교사나 전문가들은 이론적 틀에 지나치게 얽매일 것이 아니라 가해자나 피해자의 생생한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겪는 인생의 고비에 도움을 주어 훌륭한 사람으로 성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애정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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