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자료도 디지털시대 도래

황선형의 '아카이브' 이야기(2)

2002년 개봉된 스필버그 감독의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는 디지털 시대의 '미래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2054년이라는 먼 미래에서 보여지는 놀라운 기술들은 대단히 흥미롭고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햅틱 장갑을 끼고 제스처로 컴퓨팅을 수행하는 '제스처 인터페이스', 무선 네트워크와 종이처럼 마는 디스플레이가 결합해 실시간으로 뉴스를 업데이트 해주는 'e-Paper', 홍채나 망막 같은 사람의 안구로부터 정보를 추출해 내는 '생체 인식 시스템',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신의 아내를 홀로그램을 이용해 마주하는 '원격현전(Telepresence)'과 같은 놀라운 기술들. 그러나 영화가 나온지 채 10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에는 이미 구현되어 상용화 되었거나 곧 실현될 기술들이다.

진공관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전자식 컴퓨터 애니악이 출현한 1946년, 그 후 컴퓨터의 발전은 눈부시게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였다. 1977년 스티브 잡스가 만든 8비트 개인용 컴퓨터 '애플II' 의 등장과 1981년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합작인 'IBM PC' 는 컴퓨터 역사에서 의미 있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런 개인용 컴퓨터의 등장과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연구결과의 효율적인 관리와 공유를 목적으로 개발된 '월드 와이드 웹(www)'이 상용화 되면서 정말 놀랄만한 디지털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그 후 웹은 세상의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주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으며, 특히 포털사이트와 전자상거래, 교육, 엔터테인먼트, 커뮤니티 같은 버티컬 마켓은 이미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어냈다.

디지털시대에 맞추어 IT기기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세상에 없던 신제품들을 쏟아 냈다. MP3, 휴대폰, 초박막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디지털카메라, DMB, e-Book, PDA 등과 같은 IT신제품들은 너무 많아 나열하기 힘들 정도이며, 이런 디지털 기기들은 서로 결합되어 또다시 신제품으로 개발되거나 새로운 사회적 현상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우리가 생활하는 하루의 일상만 보아도 포털, 휴대폰, 메일, 커뮤니티, 메신저, 채팅, MP3, e-Book과 같은 디지털 기술과 IT기기가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문화와 예술의 발전 방향도 디지털 시대와 무관하지 않다. 종이 신문에 연재하던 소설은 아예 인터넷에 연재 되거나, CD로 발매되던 앨범은 MP3로 제작되어 인터넷에 배포되며, 동영상으로 올려진 연주자의 연주를 심사해 유튜브 오케스트라를 결성 하기도 하듯이 이미 각종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응용한 문화적 현상들은 이미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각예술인 미술분야에서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응용한 미디어 작품의 제작이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백남준은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미디어 작품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 주었으며, 제프리 쇼 같은 작가도 '읽을 수 있는 도시' 라는 미디어 작품에서 체현된 인터페이스를 통해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파타피지컬(Pataphysical, 현실과 가상이 반반인 상태) 한 작품을 보여 주기도 하였다.

이런 디지털 시대에 현재의 아트 아카이브 시스템은 어떤 상태이며 미래의 디지털 아트 아카이브 시스템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인터넷에 없는 것은 세상에 없는 것이다” 라는 말이 말해 주듯이 이제 모든 정보와 자료들은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검색 되어야 한다.

아무리 많은 자료가 자료 보관소에 페이퍼 형태로 존재한다 해도 디지털로 전환하지 않으면 없는 정보와 마찬가지인 것이다. 수도 없이 열리는 전시와 미술 관련 행사들의 자료들…. 그런데 우리는 여기에서 한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그 사실은 놀랍게도 이미 모든 자료들이 디지털로 작업되어 디지털로 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그 디지털 자료들을 수집하고 관리·공유하는 마인드의 확산과 위키피디아 개념의 프레임에서 미래의 DAAS의 모범적인 모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모리스갤러리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