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을 위해 스러진 숨은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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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을 위해 스러진 숨은 영웅들

8인: 최후의 결사대 감독: 진덕삼. 출연: 견자단, 사정봉, 양가휘, 여명.

  • 승인 2010-01-21 20:59
  • 신문게재 2010-01-22 13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
 손문이 혁명가들과 비밀리에 모임을 갖기 위해 홍콩에 도착하고, 청나라 왕조는 그를 제거하기 위해 암살단을 보낸다. 교수는 손문을 지키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데. 도박꾼, 걸인, 인력거꾼 등 평범한 인물들이 손문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는다.


 전쯔단이란 중국식 발음보다는 한자를 우리말로 읽은 견자단이란 이름이 친숙하다. 견자단, 여명, 양가휘, 사정봉. ‘8인: 최후의 결사단’은 이 배우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점수를 줄만하다.

중국의 국부로 추앙받는 실존 인물 손문(쑨원. 孫文)이 신해혁명을 발의하기 위해 홍콩을 찾은 1906년의 하루가 배경이다. 영화는 당시 손문이 누군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함정을 파서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내던진 8명의 숨겨진 영웅들의 이야기다.

 이연걸과 성룡을 능가하는 최고의 액션배우로 꼽히는 견자단. 도박에 빠진 경찰로 왕당파에 협조하다 마음을 고쳐먹고 손문을 지키는 결정적 역할을 하는 인물을 연기한다. 당연히 현란한 액션 연기가 그의 몫.

사정봉은 용기와 충성심으로 가득한 인력거꾼을 맡아 영화를 이끈다. 양가휘는 손문을 지키려는 계획을 세운 혁명가, 여명은 부드러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과거를 감춘 전설적인 고수 ‘걸인’으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비밀을 감춘 ‘내연녀’ 판빙빙까지. 다양한 캐릭터에 초호화 출연진이 가장 큰 볼거리. 캐릭터마다 극적인 사연들은 코허리를 시큰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들뿐 아니라 증지위, 임달화, 왕학기, 호준 등 중화권 국민배우라고 불러도 무방할 중견배우들이 총출동해, 안정감 있는 연기로 영화의 중심을 잡는다.

 손문이 홍콩에 도착한 이후 거의 실시간의 흐름으로 긴박감 있게 구성한 것도 꽤 흥미롭다.
 근대 중국 역사에 무림 액션을 섞은 영화는 중국에서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개봉 첫날 2500만 위안(약 42억 원)을 벌어들여 2009년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웠고, 첫 주에만 1억1300만 위안(약 108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최근 중국 영화의 경향이 ‘영웅’처럼 중화를 노골적으로 찬양하는 영화가 쏟아지고, 그런 영화가 관객의 뜨거운 지지를 받는 점에서 보면, ‘8인: 최후의 결사대’의 성공은 예외적이어서 흥미롭다. 영웅보다는 영웅를 지키려 애썼던 평범한 인물을 그린 이 영화에 중국 관객들이 열광한 이유. 거칠지 않은 착한 영화이기 때문은 아닐까.

 견자단을 중심으로 낯익은 고수들을 몇 명 더 투입시켜 액션의 무게감을 높였다면 더 근사해지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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