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10년, 또 습격당한 웃음주유소

주유소 습격사건 2 감독: 김상진. 출연: 지현우, 조한선, 문원주, 박영규.

　<줄거리>
　10년 전 노마크 일당에게 주유소를 털렸던 박 사장은 그 후로도 동네 양아치며 폭주족에게 걸핏하면 당한다. 박 사장은 주먹깨나 쓰는 아이들을 주유원으로 선발, 습격단에 맞선다. 그러나 주유원 4인방과 박 사장 간에 갈등이 폭발하는데.

　

　옛말에 ‘한 번 집에 도둑이 들면 계속 들어온다’고 했다. 뭔가 만만해 보이기 때문일 터. 박 사장이 운영하는 주유소가 딱 그렇다. 노마크 패거리에 습격을 당한 게 꼭 10년 전. 또 습격을 당했다. 과거야 ‘아무런 이유 없이’ 습격을 당해 준비가 없었다고 치자. 이번엔 다시는 당하지 않겠다며 자신만만하게 구성한 수비대, ‘드림팀’에 당했으니 더 억울할밖에. 과연 ‘주유소 습격사건’ 속편다운 전개다.

　속편은 전편과 너무 같아서도, 달라서도 안 되는 게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주유소 습격사건 2’는 속편의 숙명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 그 안에서 나름대로 변화를 꾀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전편과 비슷한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점령한 2편의 주유소에는 다른 양상의 소동이 벌어진다.

　원조 멤버 박영규는 전편과 같이 ‘약한 자에게 강하고 강한 자에게 약한’ 박 사장으로, 철가방 김수로는 대리운전 기사로 전편의 맥을 잇는다. 전편의 노마크, 딴따라, 무데뽀, 뻬인트를 대신하는 인물은 한 주먹하는 원펀치, 생각보다 발이 먼저 나가는 하이킥, 구강 액션의 달인 야부리, 뭐든지 들어 넘기는 들배지기다. 이들은 주유소를 지키기 위해 박 사장이 고용한 드림팀. 그러나 ‘토사구팽’하는 박 사장의 구박을 참다못해 기름권총의 방향을 틀어 주유소를 점령해 버린다.

　이들 말고도 속편답게 인물들은 더 늘어났다. 교도소 이송 중 버스를 탈취한 탈주범과 원펀치 일당에게 진상을 부리다 봉변당하는 신문기자 등 주유소를 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도 포함됐다.

　보다 폭넓은 유머를 보여주겠다는 의도겠지만 웃음의 농도가 전편에 비해 더 진해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전편과 달리 주유소를 점령한 원펀치 일당과 한 편이 되기가 영 어색하다. 원펀치 일당은 소속감도 없고 목적성도 없다.

젊음에겐 흔하디흔한 공명심도 없다. 오로지 재미만을 찾는 이들은 오늘의 반영일 수 있겠지만, 10년 전 청춘과 현재 청춘의 간극만큼이나 이 ‘난장’이 주는 카타르시스 또한 반감될 수밖에 없다. 캐릭터들이 욕망이 드러나지 않으니 구구절절한 그들이 사연도, 전복적인 그들의 행위도 흡인력이 떨어진다.

　다만 박 사장 박영규와 거구의 ‘들배지기’로 분한 문원주만이 간혹 건질만한 웃음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