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수찬 목원대 교수 |
그러면 사랑은 어떤 유형의 화학적 반응인가? 사랑은 격렬하고 짜릿한 드릴인가 아니면 깊은 동반자적 교감을 갖는 긴 호흡인가? 사실 사랑은 이 두 가지 감정을 모두 포섭하고 있다. 소위 말해서 첫눈에 반했다(first sight love)는 말은 사랑의 격렬한 감정적 측면을 강조한다. 특히 탈근대사회로 진입하면서 사람들은 사랑에 대한 선택을 강조하고 개인적 느낌을 강조한다. 그러나 근대이전에는 부모들이 고무신 문수만 맞추어서 남녀를 사랑방에 넣어줘도, 5~6명의 아이를 낳고 잘 살았던 적이 있었다. 이것은 인간이 사랑의 동물이기 때문에 부대끼며 살다 보면 사랑이 일어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제도인 결혼은 이 두 번째 화학적 반응에 의존해 왔다.
좀 더 과학적인 용어로 사랑의 화학적 반응을 설명해 보자.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의 혈관에는 세르토민이라는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한다. 세르토민 분비의 증가는 남녀에게 약간의 정신적 분열현상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소위 강박장애(oppressed compulsive disorder)와 유사한 정신병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 남녀는 밤하늘 아래에 서면, 아프리카 부시맨(bush man)들이나 들을 수 있는 별들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세르토민이 과다 분비되면서 엔도르핀을 온몸에 공급하게 되는데, 이것이 사랑에 빠진 남녀들이 갖는 폭발적인 에너지 원이다. 그러나 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이 엔도르핀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쉽게도 6개월에서 3년 이상 분비되지 않는다.
엔도르핀의 분비가 중지되면 사랑했던 연인들은 엘리스의 동화세계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따분한 현실로 돌아온다. 그러면 어떻게 결혼은 유지될 수 있는가? 부부 사이의 깊은 동반자적 교감 때문이다. 커피를 함께 마시며 아이들의 등록금 걱정을 나눌 때, 헤진 양말 사이로 삐져 나온 아이들의 발가락을 어루만질 때, 부부에게는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오랜 세월을 함께 나누면서 쌓아 온 격려와 동반자애는 부부에게 평온함과 정향감을 가져다 준다. 이때 부부가 맞잡은 손을 타고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러나 문제는 40대 중반이 되면 세르토민에 대한 향수가 깊어진다. 엔도르핀이 강하게 분비되었던 시절에 들었던 팝송이 듣고 싶어진다. 대학시절의 시집을 끄내서 읽어 보게 된다. 그리고 이 향수를 억제하지 못하고 엔도르핀을 찾아 나서면 이것이 중년의 위기(mid-life crisis)다. 중년 남녀들이여 세르토민을 복구하고자 너무 설치지 마라! 세르토민이나 도파민 어느 쪽도 승자는 없기 때문이다, 이들 호르몬 중에서 개인(혹은 인류)에게 보다 많은 행복을 가져다 준 호르몬은 무엇일까? 세르토민은 절절한 사랑의 이야기를 생산하여 인류의 음악, 미술, 문학을 비옥하게 만들지 않았던가! 도파민은 사회의 기초인 가정을 지켜주어 사회를 안정화 시켜오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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