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농민을 돕기 위해 국민 혈세를 투입한 정부 시책이지만 결론적으로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이 됐기 때문이다. 농기계 임대사업은 농업기계화촉진법에 따라 각 지자체 농업기술센터 주관으로 농기계를 사들여 저렴하게 수수료를 받고 농민들에게 이를 임대해 주는 것.
시행 초기에는 농민 교육 중심으로 이뤄지다 2008~2009년부터 농기계 임대 사업이 광범위하게 확대됐다.
하지만, 이 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일선 시·군 농기센터에 고작 1명에 불과하다.
때문에 해당 직원이 마음먹기 따라서는 비리에 연루될 개연성이 크고, 농기계 업체에서도 로비 대상이 한정돼 있어 공무원을 유혹하기도 쉽다는 태생적 허점을 지니고 있었다.
해당 지자체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됐을 리도 만무하다. 지자체가 감사 등을 통해 농기계 임대 사업 비리를 사전에 미리 적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공공기관 물자구매 시스템인 조달청 '나라 장터'도 최소한 농기계 임대사업에서는 그동안 농락당한 셈이 됐다. 공무원과 업자 간 사전에 '밀약'을 맺은 터라 제품별 장·단점, 가격 등을 따지지 않고 특정업체 제품만 선택됐다고 추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나라 장터 쇼핑몰에는 여러 업체의 물품이 올라오는 데 공무원과 업체가 결탁했더라면 그 업체 물건을 사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공무원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 현상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공무원 83명 가운데에는 자신의 범행이 관행이라고 주장하며 억울하다는 주장을 호소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향응접대나 금품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는 점도 일부 공무원의 뿌리 깊은 도덕적 해이 현상을 반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 범행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지만, 일부 공무원은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횟수와 액수가 많지 않고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사안이라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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