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순훈 배재대 총장 |
우리 주위에는 연탄 한 장이 없어 추위에 떠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는 차가운 방에서 잠을 자다가 동사하는 사람도 있다. 노숙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세계 어느 나라든 빈곤층은 다 있다. 아무리 잘사는 선진국이라 해도 마찬 가지다. 그러나 선진국의 다른 면이 있다면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을 위한 기부문화가 발달해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은 경제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품격 있는 문화의식을 가져야 한다.
남을 배려하는 기부문화도 갖춰야 한다. 빈곤 국가를 도와줄 수 있는 훈훈한 마음의 여유도 갖춰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대열에 들기 위해서는 기부문화가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
요즘 들어 우리 국민들의 기부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실제로 음지에서 남모르게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람들도 매우 많다.
얼마 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는 기부천사의 손길이 전해졌다.
네 번에 걸쳐 407만 원이 익명의 편지로 전해졌다.
받는 사람 난에는 “기부금”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보내는 사람 난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까봐 등기 우편도 사용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발신지역까지 옮겨 다니며 기부금을 보냈다.
어떤 사람은 현금을 일정한 장소에 갖다놓고 자신의 신분이 노출이 될까봐 전화를 통해 기부를 한 사람도 있다.
어느 노숙인들은 자신들보다도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십시일반으로 모은 62만 원의 돈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미담사례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부하는 것에 대해 매우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기부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부에 대해 부담감을 갖고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한 달에 천원도 괜찮다.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괜찮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쑥스럽지만 적은 돈이라도 한 번 기부를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기부도 해본 사람이 주로 한다. 혹자는 기부를 중독성이 강하다고 한다. 조그마한 돈이라도 생기면 기부를 생각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기부의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방송 하고 모금하는 프로그램을 자주 본다. 자막에 나오는 전화번호를 누르면 천원이 기부된다. 처음에는 한 번을 눌렀다. 그 다음 주에는 두 번도 누르고, 세 번도 눌렀다. 3000원이 기부된 것이다. 계속 누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중독성 강한 기부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그마한 돈으로 내 자신이 큰 기쁨을 얻었으니 기부금을 받을 사람에게 도리어 감사해야 할 일이다.
지난 해 우리나라는 경제난이 심했다. IMF를 겪은 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소비를 줄였다. 때문에 여러 모금 단체에서는 모금액이 저조할 것을 걱정했다. 그러나 그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시민들의 기부는 더 늘어났다고 한다. 나눔의 미학이 바다 물결처럼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 기부하며 희망을 노래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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