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20여년간 연구하고 강의하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는 두서너 개의 기업이 경쟁하는 과점시장이다. 과점시장 분석에서는 현실의 복잡한 기업간 경쟁구도를 단순화시켜 간단한 게임이론을 적용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다. 세종시 문제도 단순화 시켜보면 게임의 주요한 참여자인 이명박 대통령, 정운찬 총리, 박근혜 전 한나라당대표 간의 경쟁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외에 한나라당, 민주당, 선진당 등은 게임에서 결정적인 참여자가 되지 못한다고 볼 수 있어 세종시 게임은 삼자간의 대결로 단순화 될 수 있다. 세종시 게임을 더 단순화시키면 정운찬 총리는 이대통령의 대리인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이대통령과 박 전대표의 양자 대결구도 즉, 과점시장에서 두 개의 기업이 경쟁하는 복점경쟁(Duopoly)으로 단순화시키면 분석이 매우 쉬워지고 결과를 예상해 볼 수 있다.
게임은 게임을 하는 회수에서 한 번에 모든 것을 걸고 결판내는 단판게임(One Shot Game)이 있고, 여러 번 하는 반복게임(Repeated Game)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세종시 게임에서 이대통령은 더는 국민으로부터 표로 심판받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단임 대통령이기 때문에 단판게임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박 전대표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앞으로도 여러 번 국민으로부터 표로 심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반복게임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게임에서 결판을 내는 결정적 요소는 누가 상대방이 생각하기에 더 물러설 수 없는 카드, 즉 이기는 전략(Dominant Strategy)을 내놓는 가다. 둘 가운데 한 쪽이 더 물러설 수 없는 배수진을 친 최후의 카드를 내놓으면 상대방은 그 카드를 받을지 거절할 지 선택을 고민하게 된다. 고민하게 되는 과정에서는 상대방이 물러설 수 없는 최후의 카드를 내놓았기 때문에 선택할 카드가 많은 쪽이 양보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끝까지 가서 공멸하는 결과가 될테니까.
세종시 문제에서 박 전대표는 물러설 수 없는 카드를 내놓았다. 만약, 박 전대표가 원안고수 나아가 언급했던 원안플러스 알파에서 물러선다면, 반복게임에서 궁극적으로 승리하는데 중요한 요소인 신뢰(Credibility)를 상실하게 돼 앞으로 박 전대표가 말하는 어떤 정치적 약속도 국민은 신뢰하지 않게 되어 정치인으로서는 결정적 타격을 입고 대통령 꿈은 멀어지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이대통령은 내놓은 카드를 철회나 수정해도 자존심이 좀 상하겠지만 박 전대표처럼 생존의 문제가 걸린 것은 아니다.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와 같은 게임을 하고 있는 이대통령과 박 전대표 가운데 위의 게임이론적 시각에서 보면 누가 물러서겠는가. 결과는 물러설 카드가 없는 박 전대표 보다는 카드가 다양한 이대통령이 물러설 것이다. 한나라당도 앞으로 계속해서 국민에게 표로 심판을 받아야하는 반복게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입법한 행복도시특별법을 폐기하는 것은 신뢰를 잃는 양치기 소년과 같게 되기 때문에 자살행위와 같아 충청인이 원안을 고집하면 끝까지 수정안을 고수 못할 것이다. 참고로 정총리는 대통령이라는 목표를 갖고 정치를 시작했기 때문에 반복게임을 해야 하지만 세종시 문제로 인해 정치를 계속하느냐 대통령 꿈을 포기해야 하느냐하는 절체절명의 단판게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사생결단으로 올인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충청민이 변하지 않으면 세종시 게임은 배수진을 친 최후의 카드를 내놓은 박근혜 전 대표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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