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순 천안월봉중 교사 |
2009년도 우리학교 특색사업의 주제가 '꽃처럼, 흙처럼'이다. 꽃처럼 아름답게, 흙처럼 겸손하게 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급훈도 '꽃처럼 아름답게, 흙처럼 겸손하게'라고 정했다. 우리반 아이들은 공부는 그리 잘 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인사도 잘하고 청소도 아주 잘한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마음 따뜻하게 느낀 것은 '나'보다는 '남'을 배려하고, 작은 것도 나눠 먹으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번 이웃돕기 성금을 모을 때의 일이다. 성금이니만큼 자율적으로 모금할 수 있도록 했고 최소한의 액수도 제시해 주었다. 1학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교사의 가르침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성금모금의 취지, 쓰임, 동전의 가치, 한비야씨 이야기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총무에게 매일매일 들어오는 성금을 적도록 했고 일정액이 모아지면 아이들에게 성금모금 상황을 알려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다른 반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조회를 마치고 교실을 나오는 나에게 한 학생이 말했다.
“지금이라도 더 내면 안 될까요?” 아주 부끄러운 듯 말했다. 나는 “물론”이라고 답했다. 그 학생의 손에서는 꼭꼭 접은 천원짜리 지폐와 동전이 또르르 떨어졌다. 얼마나 기특하고 예쁘던지…. 그런데 교무실로 온 나에게 또 한 녀석이 찾아왔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은 너무 많으니 조금만 내도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녀석이 웃으면서 “이것은 제 용돈인데요, 의미 있는 일에 쓰면 좋지요. 어머니도 잘했다고 하실 거예요” 하면서 환하게 웃고 가는 것이다. 그 다음날도 우리반 아이들은 더 많은 성금을 가지고 왔다. 물론 우리 반이 전교에서 제일 성금을 많이 모은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밖에도 청소 당번이 정해지지 않아 청소를 하고 갈 사람 손들어 보라고 했더니 여기저기에서 “제가 하고 갈게요!” 하고 손을 드는 아이들! 국어시간에 '타다'를 가지고 짧은 글을 지어보라고 했더니 “우리 선생님은 우리들 때문에 애가 탄다.”라고 하면서 내 마음을 읽고 있는 아이들! 난 정말 이런 아이들이 있어서 2009년이 참으로 행복했다.
최근에는 일이 너무 많고 힘들어 아이들에게 짜증을 많이 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의도적으로 아이들 앞에서 웃음을 보인적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 1-1반 아이들이 참으로 사랑스럽다. 꽃처럼, 흙처럼 아름답게 사는 아이들이 멀리 있지는 않았다. 바로 우리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이 땅의 교사들에게 가장 큰 힘은 아마도 학생들이 내 마음을 알아주고, 믿어주고, 따라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것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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