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현준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새해 벽두부터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총소리는 안 나지만 사활을 건 기업과 국가간의 경제전쟁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이미 국내에서도 800만명 이상이나 동원한 아바타가 선보인 3D영상기술을 안방으로 가져다 줄 3D TV가 뉴스의 주인공이 되었다. 한국의 삼성과 LG는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과 3D TV의 주도권을 놓고 건곤일척의 싸움을 할 태세이다. 이외에도 스마트폰과 관련된 글로벌 경쟁은 애플의 아이폰에 구글이 도전함으로써 이제 새로운 단계로 들어섰다. 안타까운 점은 어떤 외국기업도 세종시를 둘러싼 싸움의 결과를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경제의 초석을 뒤흔든 월스트리트발 경제위기이후 초일류 대학의 경제학 혹은 경영학 교수들은 요즘 고민이 많다. 왜냐하면 MBA프로그램을 통해 가르친 정석 경영기법대로 충실하게 경영을 한 많은 혁신적 기업들이 망했기 때문에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즉 방만한 경영이 기업실패의 원인이 아니기 때문에 학자들이 황당해 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의 급속한 기술변화와 수시로 변하는 소비자의 취향변화가 가져온 새로운 이노베이션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가 시대의 화두로 등장했다.
한가지 그럴듯한 설명은 하버드경영대학원의 크리스텐슨교수가 주장하는 와해성 이노베이션가설이다. 즉 기존의 성공한 기업의 중간경영자나 심지어 톱매니지먼트에 있는 사람들은 새롭지만 현재보다 낮은 수준의 신제품 공격을 받으면 더많은 수익을 보장하는 고기능-고수익(하이엔드)제품으로 도망간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신제품은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 못했고 수익도 낮아 자신의 경영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경력관리를 위해 자신에게 결정권이 있지만 신제품개발을 위한 자원배분에 미온적이라는 것이다. 그의 가설은 여러 가지로 재미있는 역설을 설명하는데 효과가 있다. 즉 과거의 성공은 미래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니라 조직을 죽이는 독이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을 걱정해야 할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국가전체를 이노베이트해야만 선진국으로 갈길이 열린다고 믿는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이노베이션인가라는 사실을 모르는데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전혀 무책이 상책은 아니다. 기업이노베이션의 성공과 실패사례를 면밀히 들여다 보면 수많은 대기업들이 실패하는 가운데서도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즉 그들 대부분이 기본적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서 기존의 대조직내에 새로움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을 갖추고 있거나 아예 대기업 자체가 조그만 소기업 조직의 연합체로 구성되어 경영하는 조직이었다는 점이다.
기업과 경제가 이노베이트되지 않으면 고용없는 성장타령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고부가가치제품으로 옮겨가는 기업이 많아져야 경제도 성장하고 고용도 늘어날 것이다. 새로운 변화의 싹을 유심히 보고 새로운 소리를 경청하고 신속하게 움직이는 유연한 소조직중심의 연합체같이 사회와 국가가 항상 이노베이트할 수 있는 준비를 하자. 그리하여 항상 변화하는 이노베이션의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서로 이 방법이 좋다 아니다 내 방법이 좋다라는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논쟁을 올해 내내 했으면 하고 바란다면 너무 지나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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