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택]분석과학 집중투자가 노벨상 배출 지름길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준택]분석과학 집중투자가 노벨상 배출 지름길

[사이언스칼럼]박준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 승인 2010-01-18 15:30
  • 신문게재 2010-01-19 21면
  • 박준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박준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우리 과학기술계가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꿈꾼다면 분석과학에 대한 투자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 박준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 박준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매년 연말에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면 어느 나라의 누가 수상했는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곧 이어 각 나라별로 몇 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는지 비교가 이뤄진다. 그때마다 우리나라보다 몇 배나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는 일본과 비교하며, 한국은 단 한명의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뿐 한 달도 채 안되는 시간이 흘러 해가 바뀌고 나면 이러한 관심은 소리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올 연말이 돼 새로운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있기까지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매년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 마다 일본은 자주 비교대상으로 거론되지만, 일본과 한국의 R&D 예산 투자규모에 대한 동시비교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 일본의 대표적인 연구소중 하나인 RIKEN(일본이화학연구소)의 1년 예산은 1조 3000억원, 일본 1개 연구소의 예산이 우리나라 전체 R&D 예산인 13조 6000억원의 10%에 달한다. 그만큼 일본은 기초과학분야에 막대한 연구예산을 투자했고, 이를 통해 아시아 국가중 가장 많은 13명의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더욱이 일본은 2006년부터 시작된 '제3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통해 오는 2050년까지 30명의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물론 노벨상 수상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과제는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우수한 연구성과에 대한 부산물로서 노벨상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자 배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핵심 투자분야를 선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일본의 사례를 좀 더 세부적으로 본다면 13명의 노벨상 수상자중 약 85%가 바로 분석과학 분야에서 일궈낸 것이라는 점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2000년부터 3년 연속으로 노벨 화학상 수상자 배출이 가능했던 이유로 '분석장비 개발 및 기반기술 고도화'에 따른 분석장비 산업의 급성장에 토대를 둔 것으로 분석·발표하고 있다.

현재 세계 분석장비 시장은 미국과 일본, 독일 등 3개국의 업체들이 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다. 규모면에서는 미국의 서모(Thermo), HP, PE 바이오 시스템 등이 1~3위, 일본 시마츠(Shimadzu)가 5위, 독일의 브루커(Bruker)가 세계 9위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독일은 1952년부터 분석과학 전문 연구기관인 ISAS(Institute for Analytical Science)를 설립해 분석과학에 투자해 왔으며, 그 결과 브루커(Bruker)라는 세계적인 분석장비 업체를 보유하게 됐다.

올해 우리 기초(연)의 3대 발전목표중 하나가 바로 '분석과학 선도기관' 으로서의 위상을 다져나가는 것이다. 분석과학은 하나의 독립된 영역이라기 보다 기초과학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되는 학문분야이다. 이 분석과학을 통해 물리학·화학·생리학·의학 등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

기초(연)은 지난해 충남대와 공동으로 최초의 학·연 협력모델인 분석과학기술대학원을 설립해 운영중이며, 올해에는 분석과학기술전문학술지(JAST)를 발간할 예정이다. 또 올해부터 2014년까지 18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in-situ 나노물질 분석시스템 구축'을 비롯 '초정밀 열영상 현미경' 개발 등 새로운 분석장비 구축과 분석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모두 우리의 분석과학을 한 단계 높게 끌어 올리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최근 국내 과학자들도 네이처나 사이언스지와 같은 매체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세계적인 연구성과들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지만, 현재 한국의 기초과학분야 투자 규모만으로 본다면 이른 시일 내에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계가 진정으로 과학분야 노벨상을 꿈꾼다면, 그리고 매년 연말에 다른 나라의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질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으려면 하루라도 더 빨리 분석과학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 확대가 추진돼야 한다. 분석과학 분야에 대한 집중투자는 분석장비 산업 확대로 이어지고, 다시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 배출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5.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