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
그러나 이것도 잠시뿐 한 달도 채 안되는 시간이 흘러 해가 바뀌고 나면 이러한 관심은 소리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올 연말이 돼 새로운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있기까지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매년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 마다 일본은 자주 비교대상으로 거론되지만, 일본과 한국의 R&D 예산 투자규모에 대한 동시비교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 일본의 대표적인 연구소중 하나인 RIKEN(일본이화학연구소)의 1년 예산은 1조 3000억원, 일본 1개 연구소의 예산이 우리나라 전체 R&D 예산인 13조 6000억원의 10%에 달한다. 그만큼 일본은 기초과학분야에 막대한 연구예산을 투자했고, 이를 통해 아시아 국가중 가장 많은 13명의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더욱이 일본은 2006년부터 시작된 '제3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통해 오는 2050년까지 30명의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물론 노벨상 수상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과제는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우수한 연구성과에 대한 부산물로서 노벨상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자 배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핵심 투자분야를 선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일본의 사례를 좀 더 세부적으로 본다면 13명의 노벨상 수상자중 약 85%가 바로 분석과학 분야에서 일궈낸 것이라는 점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2000년부터 3년 연속으로 노벨 화학상 수상자 배출이 가능했던 이유로 '분석장비 개발 및 기반기술 고도화'에 따른 분석장비 산업의 급성장에 토대를 둔 것으로 분석·발표하고 있다.
현재 세계 분석장비 시장은 미국과 일본, 독일 등 3개국의 업체들이 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다. 규모면에서는 미국의 서모(Thermo), HP, PE 바이오 시스템 등이 1~3위, 일본 시마츠(Shimadzu)가 5위, 독일의 브루커(Bruker)가 세계 9위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독일은 1952년부터 분석과학 전문 연구기관인 ISAS(Institute for Analytical Science)를 설립해 분석과학에 투자해 왔으며, 그 결과 브루커(Bruker)라는 세계적인 분석장비 업체를 보유하게 됐다.
올해 우리 기초(연)의 3대 발전목표중 하나가 바로 '분석과학 선도기관' 으로서의 위상을 다져나가는 것이다. 분석과학은 하나의 독립된 영역이라기 보다 기초과학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되는 학문분야이다. 이 분석과학을 통해 물리학·화학·생리학·의학 등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
기초(연)은 지난해 충남대와 공동으로 최초의 학·연 협력모델인 분석과학기술대학원을 설립해 운영중이며, 올해에는 분석과학기술전문학술지(JAST)를 발간할 예정이다. 또 올해부터 2014년까지 18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in-situ 나노물질 분석시스템 구축'을 비롯 '초정밀 열영상 현미경' 개발 등 새로운 분석장비 구축과 분석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모두 우리의 분석과학을 한 단계 높게 끌어 올리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최근 국내 과학자들도 네이처나 사이언스지와 같은 매체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세계적인 연구성과들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지만, 현재 한국의 기초과학분야 투자 규모만으로 본다면 이른 시일 내에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계가 진정으로 과학분야 노벨상을 꿈꾼다면, 그리고 매년 연말에 다른 나라의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질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으려면 하루라도 더 빨리 분석과학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 확대가 추진돼야 한다. 분석과학 분야에 대한 집중투자는 분석장비 산업 확대로 이어지고, 다시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 배출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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