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한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
역시 회오리같은 세종시 논란의 와중에 휘말린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마음이 영 불편하고, 아이티에서 벌어지는 폭도들의 약탈은 치안부재의 극한 상황이 어떨 것인가 충분히 짐작이 간다. 하지만 걱정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무엇보다도 바로 범죄에 관한 것이다. 이들 현상이 범죄차원에서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예상한다면 무엇이 있겠는가.
사회의 평온을 깨뜨리는 범죄 중에서 특히 이러한 어수선한 국내외 정치현실과 사회·경제사정에 편승하기 좋은 범죄가 바로 사기범죄다. 과거 미국 카트리나 재해때도 마찬가지였던 '자선사기', 세종시 건설계획을 빙자한 '토지분양사기' 그리고 2012년에 대재앙이 찾아오니 대비하라는 사이비 종교의 '헌금사기'가 대표적일 것이다.
토마스 키다는 생각의 오류라는 저서에서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증거만 찾는 오류'를 소개함으로써 지식인조차 속아 넘어가는 현상을 분석하고 있다. 사기범죄가 마치 피해자 책임인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사기범들은 다종다양한 수법과 함께 뛰어난 연기력과 그럴싸한 범행소품을 이용한다.
게다가 사건의 민사화, 최대한 시간벌기, 재산은닉 또는 탕진으로 피해회복을 현저히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크게 보면 사기범죄는 신용사회의 최고의 적이고 인간관계 파탄의 주요 원인이다. 그렇지만 사생활이 보호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능적인 사기범죄자들을 가려내고 범행을 사전예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재산범죄라는 이유 때문에 비교적 소홀히 취급되는 경향이 있고 심지어 피해자가 다수 발생해 민원이 늘어난다든지 하지 않으면 사기미수로 처벌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이를 감시하는 선량한 다수세력이 존재하면 그 피해의 상당부분 감소와 피해의 신속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기에 몇 가지 단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베스트 셀러 1Q84 소설에는 두 개의 달이야기가 나온다. 달이 두 개가 있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보이며 그들을 계속 바라보고 있는 달. 언뜻 '1984'의 빅 브라더스를 연상하기 십상이지만 나는 이를 다른 시각에서 연결시키고 싶다. 주요 사기 범죄자등 범죄자들에게만 인식되고 이들을 추적감시하는 시민들이 또 하나의 달이라면 어떨까.
민관합동의 접점에서 범죄예방과 범인검거에서의 중요한 기능을 현실화하는 구상의 좋은 예가 있다. FBI에서는 2007년부터 디지털 광고판을 통해 범인검거, 납치피해자 구제, 최우선 안전 메시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시민들의 수많은 눈과 귀를 빌리지 않으면 안되는 수사력 제고와 그리고 사회안전망 구축에 국민모두의 참여가 필요한 마당에 기존 방식의 경찰기관 홈페이지나 주요지점의 지명수배전단을 뛰어넘은 새로운 방식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미국에서는 현재 40개 주 이상에서 1만 5000개의 광고판을 운용해 검거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내게 오지 않은 범죄화살이면 무관심해도 좋은 것은 아닐 것이므로 누구나 범죄현상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필요하다. 그래서 더 강력한 시민의 힘으로 범죄자들의 자수를 유도하고 추가 범행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원더풀 월드'를 위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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