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봉섭 대전 동구선관위 사무국장 |
이러한 불법선거의 원인으로 기성 정치인들의 모습을 답습한 것이라는 의견과 대학생들의 무관심으로 빚어진 결과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학생들의 이러한 불법행위들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정치현실을 한번쯤 돌아보게 된다.
지난해 시행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10개 중 9개가 선거범죄로 당선이 무효가 되어 시행된 사례에서 나타나 듯이, 과거 금권선거와 조직선거가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조직과 재력을 이용해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장악하려는 풍토가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6월 2일에는 광역자치단체장, 기초자치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 6개 선거와 교육감, 교육의원을 선출하는 2개의 교육계 선거 등 8개 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 이번 선거에서는 동시 선거의 특성상 유권자가 모든 후보자의 정견·정책과 능력을 구별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이로 인해 후보자가 다른 후보자와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
이러한 불법선거를 사전에 차단하고 후보자 간에 정책으로 공정하게 대결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 제4회 지방선거부터 매니페스토 운동이 도입됐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후보자가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해 당선된 후에도 그 공약의 이행 여부를 평가받아 유권자가 그 결과에 기초, 재신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실제로 2009년 일본 총선에서 민주당이 자민당과의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우리도 이번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금권선거 등 구태의 불법선거운동에서 벗어나 지역 현안에 대한 주민들의 우선순위를 파악해 실현 가능하고 구체적인 공약 제시로 유권자를 유인하는 정책선거의 장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또 선거에서 유권자는 주인이며 유권자에 의해 선출되는 공직자는 유권자의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다. 유권자가 그들의 의무와 권리를 충실히 행사하려면 이번 선거가 어떤 절차에 의해 심부름꾼을 선출하고 있으며, 그들이 부정과 비리로 선출되지는 않은지 꼼꼼하게 살피고 감시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현명한 유권자는 후보자 선택 시 후보자의 공약 등 자질을 비교, 평가해 심부름꾼을 다시 선출하는 불미스러운 낭비가 없도록 신중하게 한표를 행사해야 하겠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대의민주주의 대표성이 충실히 반영되도록 투표참여 방법 안내 및 투표일 홍보 등 유권자의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한편, 후보자의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운동을 위한 예방과 안내 중심의 품격 있는 활동과 위법행위 발생 시 검·경찰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며 엄정한 수사를 시행하는 등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正者正也(정자정야)니라. 子帥以正(자수이정)이면 孰敢正(숙감부정)이리오'라는 말이 있다. 위에 있는 통솔자가 솔선하여 정도를 끌어간다면 모든 것은 바르게 나아가게 되고 감히 부정을 저지르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출마하는 모든 후보자들이 이 명언을 가슴에 새기고 정도(正道)를 걸어 유권자에게 모범이 되고, 유권자들도 대학교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학생들의 무관심이 선거의 부패를 불러왔음을 거울삼아, 참정권을 포기하지 않고 소중한 한표를 꼭 행사해 진정한 민주주의의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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