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우 2010세계대백제전 사무총장 |
신라의 진평왕에겐 딸이 셋 있었다.
첫째는 선덕여왕이 된 덕만공주요, 둘째는 진평왕의 사촌인 용춘에게 시집가서 태종 무열왕이 된 김춘추를 낳은 천명공주요, 그 세 번째가 선화공주로 백제 무왕과 결혼한 여인이다.
서동의 러브스토리를 비롯한 아름답고 서정적인 이야기들을 현실감있게 체험하여 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오는 9월 18일부터 열리는 2010세계대백제전에서는 수두룩하게 많다.
세계대백제전은 1400여 년전 금강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들과 교류한, 가장 진취적이고 문화적인 고대국가 백제의 간과되던 정신을 살려내는 제전이다.
지금까지 55회에 걸쳐 치러온 백제문화제가 근간이다. 그간 자원화하지 않았던 금강 수변을 활용,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수상공연은 가히 압권이다. 90여개의 프로그램들이 한달 내내 수놓아진다.
한 마디로, 백제의 건국에서부터 황산벌전투까지 700년 백제사를 보여주는 국내 대표적 명품 역사축제이자, 백제문화의 우수성과 예술성을 알리는 대 잔치다.
뿐만 아니다. 이번 세계대백제전에서는 31대(代)에 이르는 백제왕들의 숨은 이야기들이 대거 소개된다. '삼천궁녀 의자왕' 이야기는 물론이다.
세계 각 나라가 없는 이야기도 스토리텔링 작업을 거쳐 자원화하는 마당에 전래 이야기야말로 이번 축제의 최대 모티브다. 백제 후예로서 결코 패망을 부끄러워하고만 있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들의 상당수가 그런 비극적 사실을 모티브로 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따투가 그렇다.
의자왕의 호화생활은 축제의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프랑스 루이 13세와 마리 앙트와네트의 호화생활이 지금은 훌륭한 관광상품이 되고 있듯이 말이다.
진정한 축제는 비극과 아픔을 승화시키고 치유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다.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나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미국 9·11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가 역사적 명소로 부활하는 이치다.
여기에다 공주와 부여 인근의 작은 돌 하나, 나무 하나, 비석하나 그리고 성곽 돌기둥이라면 더할 수 없는 문화자원이다. 이 모든 걸 문화산업화하면 된다. 한 마디로,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서동 이야기도 슬프고도 재미있는 의자왕 이야기도 이번 세계 대백제전에서는 대서사적으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백제 왕국의 역사에서도 무엇보다도 주목되는 점은 그 왕성한 문화창조력이다. 문화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를 맞은 만큼 역대 어느 왕조나 국가보다도 뛰어났던 백제를 모티브로 하는 백제문화제의 산업화는 이 시대 최고의 화두로 손색없다. 본격적인 문화산업 시대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