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을 꿈꾸는 평범한 대학생 케이티. 그녀는 8살 때부터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정체불명의 존재를 느껴왔다. 남자친구 미카는 카메라를 구입해 그들의 24시간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 그들이 잠든 사이 문이 움직이고 이상한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 등 기이한 현상이 녹화된다.
궁금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벌어들인 돈은 미국에서만 1억7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700만원을 들여 만든 영화로 약 1240억 원을 벌어들였으니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 셈. 대체 어떤 공포를 보여주기에 미국 관객들이 그토록 열광한 걸까.
더욱이 누군가 자신이 처한 경악스런 상황을 촬영했고, 다시 누군가가 그 테이프를 우연히 발견해 보여주는 척하는 이른바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장르는 수명을 다했다 싶었다. ‘블레어 윗치’ ‘클로버필드’로 익숙해진데다, ‘REC’는 관객에게 외면당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이 영화만 유독….
영화가 시작되면 거울을 이용해 자신을 촬영하는 남자가 보인다. 새 장난감을 얻은 듯 그는 집안 곳곳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의 연인인 듯한 여자가 집에 들어선다.
“카메라가 너무 큰 것 아냐? 얼마짜린데?”
“오늘 번 돈의 반쯤 들였지. 우리 생활을 찍다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면 찍힌 걸 증거로 쓰면 돼. 그럼 무슨 일인지 감이 잡힐 거야. 알고 보니 자기한테 맛이 간 꼬마였고 밤에 창문으로 훔쳐보려던 거였다면 손봐주면 되니까.”
“어이구, 내가 8살 때부터 그 꼬마가 나를 스토킹했으려고….”
밤이 되자, 그들은 침실에 카메라를 설치한다. 자는 동안에 벌어지는 ‘이상한 일’을 촬영하려는 것.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무엇이 나타날까, 하는 궁금증과 긴장감으로 스크린을 노려보다 보면 이 영화가 다른 영화와 무엇이 다른지 감이 잡힌다. 기다리는 시간이 심장을 죄어오는 것이다. 그렇다. 영화는 기다림을 공포로 써먹는다. 사방으로 흔들리는 영상으로 공포의 실체를 보여주거나 체감시키는 공포 대신 공포를 기다리게 만들었다는 점이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특징이자, ‘블레어 윗치’와의 차이점이다.
영화의 미덕은 거기까지다. 그게 전부다. 영화는 마루가 삐걱대고, 침실 문이 저절로 열리고, 액자가 저절로 깨지는 장면을 보여주지만, 28년 전 스티븐 스필버그가 각본을 쓴 토브 후퍼 감독의 ‘폴터가이스트’ 수준을 넘지 못한다.
“아직도 내가 엄마로 보이니?”하는 공포를 농담으로 구사하는 한국 관객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엔 역부족이지 싶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