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현은 늘씬한 미녀에, 사진 전시회를 앞두고 있는 커리어 우먼. 영화 현장에서 만난 준서와 잘 돼가는 분위기다. 그런데 지현에게 한 남자아이가 찾아온다. 지현이 여자가 되기 전 하룻밤의 실수로 낳은 아이다. 지현은 친 아빠를 만나고 싶어 하는 아들을 위해 ‘남자’로 변신한다.
남자처럼 머리를 짧게 잘랐어도 이나영은 비현실적일 만큼 예뻤다. 그런데 콧수염이라니. 게다가 콧수염을 붙인 채 목이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간다?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의 노림수는 분명하다. 신비감을 벗은 이나영의 변신, 남자연기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나영의 남자연기는 어설프기 짝이 없다. 아니 전혀 유감스럽지 않다. 어설퍼야 맞다. 극중에서 이나영이 연기한 손지현은 트랜스젠더. 과거 남자일 때도 여자였고 그래서 성전환을 한 이 여성이 남자답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그렇게 보면 이나영의 연기는 꽤 편안하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영화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지현과 지현을 사랑하는 준서의 러브스토리다. 지현과 준서가 장애물을 극복하고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되기까지, 알콩달콩 유쾌한 사랑이야기다. 지현에게 아들이 찾아오고, 아들을 위해 남장을 하게 되는 설정은 따뜻한 가족애를 품기 위한 덤.
짧은 머리에 어설픈 콧수염, 운동신경이라곤 좀처럼 없고 자꾸만 튀어나오는 여자말투까지. 여느 아빠와는 많이 다른 ‘미녀 아빠’가 과연 아들의 가슴에 아빠를 새겨 넣을 수 있을까.
트랜스젠더라는 센 캐릭터와 아빠 찾는 아이의 조합, ‘남자만 아빠하란 법 없다’는 식의 설정은 발칙하다. 영화는 이 민감한 소재를 정면으로 다루기보다 가볍게 건드리고만 넘어간다. 소재가 내포하고 있는 흥미와 호기심을 건드리면서, 가족애와 남녀 간의 사랑 등 보편적인 감정들을 함께 버무려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코미디로 뽑아냈다.
그러면서 영화는 우리 모두는 조금씩 다르다는 것, 다름을 이해하는 넉넉함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는 걸 지현과 그 주변 사람들을 통해 그려낸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밝은 분위기로 이끌고 간 거야 좋다. 그러나 지현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숨길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과거를 힘들게 털어놓을 때, 이런 진지한 장면에까지 웃음을 끼워 넣는 건 웃겨야 한다는 강박이 느껴진다. 무거운 분위기를 바꾸기는커녕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어서야.
코미디를 2%만 덜어내고 대신 소재에 더 접근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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