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륵드르륵 숨 가쁘게 돌아가는 재봉틀 소리와 똑딱똑딱 망치질 소리 사이로 어지럽게 널린 가죽 천 조각들 속에서 노부부가 바쁜 손길을 움직이고 있다.
10여㎡ 남짓한 공간에서 대전에서 유일하게 수작업으로 공구주머니를 제작하고 있는 '공구거리 맥가이버' 민종식(75·사진)씨와 부인 김순자(68)씨를 만났다.
가게 한쪽 선반 위에는 망치를 넣을 수 있는 주머니에서부터 못, 톱, 줄자, 심지어 전지가위집까지 넣을 수 있는 공구주머니 세트가 눈을 어지럽게 할 정도로 빼곡히 들어차 있다. 공구주머니는 값 비싸고 호화스런 물건은 아니지만 산업건설현장 근로자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민씨가 공구주머니를 제작하기 시작한 것은 20여 년 전으로 높은 전봇대 위에서 작업을 하는 전기원 노동자들이 손에 많은 공구를 들 수 없고 이를 가지러 전봇대를 오르내리기 쉽지 않아 공구주머니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면서 부터다.
“이 때 만든 공구주머니를 보고 전국에서 비슷하게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들어와 지금까지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는 민씨가 만드는 주머니만도 300여 가지다.
과정은 간단해 보이지만 공구주머니 하나를 만드는 데만도 대략 4~5시간이 걸린다.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으로 대량 주문이 들어와도 하루 10개 이상을 만들기 어렵다”는 민씨는 “그나마 곁에서 함께 일하는 아내가 있어 물량을 채울 수 있다”며 부인 김씨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늘 남편을 도와 가죽공구주머니를 만들고 있는 부인 김씨는 “남편은 손가락에 지문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열심히 일 해왔다”면서 “한 개를 만들어도 완벽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남편을 보면 완벽증에 걸린 사람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장사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손님이 어느 정도 사용하고 새 제품으로 다시 구매해줘야 좋은 일인데 여기서 만든 제품은 너무 오래 사용해서 흠”이라며 웃었다. 그러나 민씨는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이 내가 만든 공구주머니를 허리에 차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근로자들 사이에서 튼튼하고 완벽한 가죽공구주머니 만드는 할아버지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대전에 민씨처럼 수작업으로 가죽 공구주머니를 제작하는 곳은 없다. 여든을 바라보는 민씨는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근로자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게 최고의 소망”이라며 다시 가죽 제단작업을 시작했다. /이두배 기자<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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