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학 |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선택'이 아니라는데 있다. 정부의 발표이후 '선택'이 사라지고 있고, '강요'만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이것은 정부에 따라올 것이냐 아니면 반대할 것이냐를 선택이라는 것으로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강요에서 국민의 선택권은 사실상 없다. 어느 쪽에 서서 그것을 지지하기 보다는 차라리 눈과 귀를 막고 입을 닫아버리는 것이 속이 편할 수 있다. 스스로 국민이기를 '포기'하는 것이 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종시는 짧은기간 동안 우여곡절을 거쳤다. '행정수도'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그리고 이제는 정체불명의 '과학교육중심의 경제도시'로 변했다. '행정수도'에는 많은 논란도 있었고,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도 있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까지 가는 데에도 찬반과 갈등이 있었다. 그러나 국회에서 여야의 합의에 의해 특별법안이 만들어져 통과되고 난 후에는 갈등과 대립보다 타협과 승인과 묵인이 있었다. 그런데 다시 '과학교육중심의 경제도시'가 되면서 이제 갈등과 분열은 물론이고 대립과 투쟁으로 변하고 있다.
기존의 법을 그것도 특별법을 폐기하거나 백지화 하려면 일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소위 법의 개정이나 대체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법의 개정이나 대체법안을 만들려고 하면 국민의 뜻을 수렴하기 위하여 공청회를 거치고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은 대통령이 국회에 다시 환부하거나 승인을 해야 한다. 대통령이 환부할 경우 이것을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이것이 일반적인 절차와 과정이다. 그런데 세종시는 이런 것이 무시되고 있다. 국무총리가 특별법안의 백지화를 선언할 수 있는 권리와 권한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세종시는 그렇다.
그리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을 보면 이전할 수 없는 정부부처만이 제시되어 있고, 이전부처는 정부가 고시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복합도시의 기능을 위한 자족기능에 대해서도 정부가 안을 마련하여 제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지난 정부나 이번 정부에서 단 한번도 공식적으로 자족기능을 갖는 복합도시계획을 발표한 적이 없다. 이번 정부의 발표는 바로 이 복합도시건설계획를 위한 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법에 규정된 정부이전을 백지화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법률 위반이다.
국무총리나 정부가 법을 위반해도 이 법이 형사법이 아니라서 제재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법을 위반해도 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부나 총리는 누구보다도 법에 의해 행정을 해야 하고, 만약 법에 문제가 있다면 법을 수정하거나 공식적으로 폐기한 후 다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세종시를 보면 그런 절차나 과정이 생략되거나 무시되고 있다. 그래도 세종시에 들어온다고 하는 기업의 경우는 정부나 총리보다는 법을 지키는 모양이다. 새로운 법이나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되고 난 후에 투자를 한다고 하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업들이 법적인 근거도 없는데 투자를 한다고 하는 꼴은 또 무엇인지 이해가 안간다. 소위 MOU라는 것이 법적인 효력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아는 것인데 말이다.
정부의 발표는 오로지 대한민국에 정부만 있는 것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여기에 국민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가 없다. 바로 이것이 세종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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