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요한 목원대 총장 |
우선 제 자식들은 하늘을 공경하며 두려워 할 줄 아는 인간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 손에 잡히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좀 더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며 사는 인간들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 찰나적인 것을 좇지 않고 영원한 것을 추구하며 살기를 기도하였습니다. 제 자식들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하여 타인들의 안녕과 행복을 무시하지 않도록 기도하였습니다.
이웃의 행복을 위하여 자신의 것을 포기할 줄 앎이 도리어 자신의 행복을 위한 첫걸음임을 알도록 기도하였습니다. 물질적인 소유에 집착하여 인간과 사물을 평가하지 않도록 기도하였습니다. 자신의 이성적인 판단과 감정적 느낌만으로 세계와 인간들을 판단하지 않도록 기도하였습니다. 하늘을 두려워하며 하늘을 공경함으로써 자신의 부족함과 완전치 못함을 인정하는 겸손한 인간이 되도록 기도하였습니다. 올바른 세계관을 가지고 하늘과 자연과 세계와 인간들을 인정하고 두려워하며 사랑할 줄 아는 인간이 되도록 기도하였습니다.
둘째로는 마음과 몸이 건강하도록 기도하였습니다. 부모를 떠나 멀리 있기에 피폐할 수 있는 저들의 마음과 병들어 약해질 수 있는 육체를 생각하며 건강하도록 해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 마음속에는 희망으로 들끓는 사람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굴하지 말고 마음을 단란히 하여 자신 속에는 아직도 사용치 않는 능력과 에너지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 육체적인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규칙적인 운동과 올바른 음식 섭취를 위해서 기도하였습니다. 공부와 일에 열성을 다 바친다고 육체를 함부로 사용치 말게 해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 어느 현자의 말씀처럼 너희들의 육체는 신이 거하시는 성전임을 잊지 않도록 기도하였습니다. 건강을 잃으면 인생 전부를 포기하는 일임을 젊은 날에서부터 습관으로 받아들이도록 기도하였습니다.
셋째로는 아름다운 여인들을 만나 멋진 사랑을 할 수 있도록 기도하였습니다. 공부하느라 백인들이 사는 사회에 깊숙이 들어가 살려다보니 한국 여인들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 방학 동안에도 공부를 하는 일이 더욱 급하기에 얼른 학교로 돌아가곤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자들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젊은 날에는 여인과 사랑을 뜨겁게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왜 제 자식들은 삼십이 넘도록 저렇게 외롭게 사는 두 마리의 수대처럼 쓸쓸히 살고 있어야만 할까, 뜨겁게 기도하였습니다. 자식들에게 아름다운 여인들을 보내 주시도록. 사랑의 아픔과 기쁨 속에서 저들의 인격이 성숙하고 빛나도록 기도하였습니다. 사랑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사랑 때문에 몸무게가 쭉쭉 내려가는 경험도 할 수 있도록 기도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사랑일수록 그 안에는 비극의 피가 숨어 흐르기에 그 비극성 때문에 파멸치 않도록 기도하였습니다.
이렇게 기도하다 눈을 떠보니 저녁 해는 어느 덧 서쪽 끝 바닷가에 걸려서 밑으로 사라지려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온 하늘이 불타는 듯 빨갛게 물들어저 있었습니다. 아내는 아직도 옆에서 중얼대며 자식을 위한 기도를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아내를 향해 한마디 기도의 부탁을 하였습니다. “여보, 남편을 위해서도 기도 좀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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