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안구를 기증받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은 2만5000여명에 이르지만 지역에서 안구를 기증해도 적출하는 병원이 드문 형편이다.
지역의 병원들이 안구 적출을 외면해 기증자들이 타 지역을 도는가 하면, 사후 6시간 이내에 적출을 하지 못해 안구 기증을 받지 못하는 등의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실제 A씨는 생전의 유언에 따라 각막 기증을 하기로 하고 지역의 대학병원들에 연락을 취했지만 신속하게 각막을 이식해 가겠다는 병원이 없었다. 사후 6시간이 지나도록 각막 이식 병원이 나타나지 않자 유가족들은 시신을 방치할 수 없다며 결국 각막 기증을 거절했다.
A씨의 유가족은 “각막기증 이후 6시간 이후에 각막을 이식하지 않으면 이식해도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다렸지만 신속한 체계가 안돼 있었다”며 “지속적으로 방치하는 꼴밖에 되지 않아 고인의 뜻을 따르지 못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또다른 B씨는 사망 직후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 각막 기증 의사를 밝혔지만, 소독해 놓은 수술기구가 없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외면당했다.
이는 신장, 심장 등 일반 장기의 경우 뇌사상태가 되면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US)에 등록이 돼 신속한 기증 절차가 진행되지만 시신이나 안구등은 수혜자 등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들어 외국에서 안구를 수입해 300만원이면 적출과정 없이 손쉬운 이식이 가능한만큼 대학병원들이 안구기증 적출 자체를 꺼리고 있다.
대전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관계자는 “김수환 추기경의 안구기증 이후 하루에도 여러 건의 안구기증 문의가 들어오지만 지역 실정은 기증자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가장 큰 문제는 수혜자 등록도 하지 않고 체계적인 관리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장기기증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병원과 수혜자, 기증자의 3박자를 맞출 수 있는 연계기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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