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희]겨울 花園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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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희]겨울 花園에서

[교육단상]김윤희 대전둔천초등학교장

  • 승인 2010-01-12 14:27
  • 신문게재 2010-01-13 20면
  • 김윤희 대전둔천초등학교장김윤희 대전둔천초등학교장
'샤넬 5' 냄새일까요? 첫눈이 내리는 날 아파트 정원을 거닐다가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향기가 있어 따라갔습니다.

▲ 김윤희 대전둔천초등학교장
▲ 김윤희 대전둔천초등학교장
거기에는 뜻밖에 장미 몇 그루가 소담스러운 모습으로 첫눈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겨울날, 눈 속에서 그것도 아주 싱그럽게 피어있는 모습이 대견해서 장미 더미에 얼굴을 묻고 심호흡을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향기를 대신 할 수 있는 수식어는 찾지 못하였습니다. 아무리 우수한 표현도 사실을 대신할 수 없다는 무력감만 남아서, 1층에 사시는 어느 할머니의 장미 사랑 때문이었다는 후문을 듣고, 그 해부터 저도 장미 사랑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저도 꽃이 되었습니다. '교장'은 교직의 꽃이라니까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 꽃이 너무 늦게 피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한 바구니를 차고 넘치는 축하 편지를 읽으면서 저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제 정말 꽃이 된 걸까? 그렇다면 나는 그 해 겨울, 첫눈이 내리던 날 만났던 장미와 같은 꽃이 되고 싶다. 늦게 피었지만 천연의 향기를 지닌 꽃!' 늦게 핀 꽃이라 해도 저는 그렇게 아쉽지가 않았습니다.

저는 '교직의 꽃'에 대해서 생각이 조금 다르기 때문입니다. 교직의 꽃은 '한 교사가 교직에 들어서서 처음에는 서툴지만, 어느 계기인가 '동심'이란 것을 알게 되고, 가르치는 것이 재미있고, 학교에 오는 것이 즐거워질 때' 그때부터 꽃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꽃이 된 것은 교직경력 10년이 넘은 뒤였습니다.

그동안 고학년만 고집하다가 처음으로 1학년을 선택한 이유는, 제 큰아이가 1학년에 입학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1학년을 알아야 제 아이를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아서 맞닥뜨렸는데, 뜻밖에 병설유치원까지 겸하게 되었습니다.

그해 처음으로 학교에 유치원이 생겼는데 희망자는 없었고, 결국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제 좌우명이 아무런 경험과 준비도 없는 1학년과 병설유치원을 함께 안게 된 것입니다.

고물고물한 1학년 아이들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오물오물한 유치원 아이들이 창가에 매달려서 선생님을 불렀습니다. 낮이면 그 아이들과 뒹굴다가 밤이면 또 내일 가르칠 것에 골몰하기를 일 년. 제 교직에서 가장 치열했던 한해를 마치고, 사람들은 제가 다시는 1학년이나 유치원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다음해에도 같은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뜻밖에 반전이었습니다. 그해 저는 처음으로 '동심'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동심을 피부로 체험하면서 '심마니는 산삼을 캐고 선생님은 동심을 캐는 직업'이라고 정의해 보았지만, 아무리 예찬해도 모자라는 것이 동심이었습니다.

마치 그 해 겨울에 만난 장미처럼 동심이란 것도 천연의 향기나 무공해 산소 같은 것이어서 수식이 불가능 한가 봅니다.

저는 드디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좋았고, 학교에 오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우리 학교에도 꽃이 된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대전교육에는 사계절 내내 꽃이 만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묵묵히 피는 꽃 때문에 우리나라 교육은 새해에도 더 아름다운 화원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선생님이란 직업이 새삼 고마워지는 겨울 화원에서… 저는 참 많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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