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로 실린 단편 '야풍차'는 아버지와 함께 허허벌판에 세워진 풍차를 관리하게 된 소년 얼바옌즈의 이야기다. 얼바옌즈는 가난한 아버지를 대신해 곡물을 훔치다가 걸려 수모를 당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지만 풍차라는 희망 속에서 거센 바람에 당당하게 맞서는 비장함을 보여준다.
두 번째 '열한 번째 붉은 천'은 독불장군 같은 성격 때문에 마을 사람들과 왕래를 끊고 지내는 곰보 노인과 그가 키우는 외뿔 소의 우정을 다뤘다. 잔잔한 감동을 줬던 영화 '워낭소리'와도 비슷한 설정이지만 전하는 메시지는 보다 시사적이다.
이 책의 표제작인 '안녕, 싱싱'은 순박한 시골 소년 싱싱의 가슴 떨리는 첫사랑을 수채화처럼 아름답고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막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다루면서도 그 시기의 특별한 감정이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흰 사슴을 찾아서'는 4편의 작품 가운데 유일한 중편소설이다. 흰 사슴을 쫓아 산에 오른 네 아이가 갑작스런 눈사태로 오두막에 갇혔다가 가까스로 탈출하는 며칠 동안의 사투를 그리고 있다. 눈 속에 파묻힌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희망도 절망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이 작품들은 자칫 단순해 보이는 아이들의 일상을 다양한 시각에서 재조명하고 있어 저자의 인간애와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사계절/차오원쉬엔 지음, 전수정 옮김/196쪽/8800원. /강순욱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