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황… 박지원… 조선의 아버지들 '편지 속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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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 박지원… 조선의 아버지들 '편지 속 사랑'

도서관 사서들의 맛있는 책 읽기

  • 승인 2010-01-12 13:45
  • 신문게재 2010-01-13 12면
  • 신숙현 한밭도서관 사서신숙현 한밭도서관 사서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자식에 대한 염려, 사랑! 여기 조선시대 옛 아버지들의 편지들을 한데 모아 엮은 책이 있다. 바로 정민, 박동욱이 엮은『아버지의 편지』이다. 이 책은 조선시대 그 시절 편지 원문 소개와 옛 편지글이다 보니 단어나 문맥이 다소 어려운 점을 위해 따로 자세한 부연 설명을 덧붙여 이해를 돕고 있다.

한 시대의 학자요, 문인이며, 예술가인 옛 아버지들의 편지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 주인공은 이황, 백광훈, 유성룡, 이식, 박세당, 안정복, 강세황, 박지원, 박제가, 김정희 등 열 분의 편지내용이다. 벼슬 살러 서울에 머물며 또는 지방관으로 임지에 내려가서 혹은 죄인의 몸으로 귀양 가 유배지에서 고향집에 보낸 사연들은 식구들을 걱정하는 가장으로서의 소소한 마음들이 잘 표현 되어있다.

편지는 아들에게 보내는 내용이 대부분으로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뜨거운 교육열로 과거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도록 독려하는 글이 가장 많고, 독서 및 공부하는 방법의 지도와, 처신에 관한 문제, 집안대소사의 세심한 신경과 조언 등이 담겨 있어 한 통의 편지 속에서 그 시절 시대상황과 풍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조선 중기의 학자이자 문신인 이황은 슬하에 3남을 두었으며 주로 장남에게 쓴 편지가 소개되고 있는데 “끝내 농부나 병졸이 되어 일생을 보내려 한단 말이냐?”며 공부에 자신이 없어 과거 시험장에 올라가지 않겠다는 아들의 편지에 실망스러워 다그치는 내용과 선비가 고아한 문풍과 담박한 마음은 없이 그저 돈 많이 벌고 근사한 옷 해 입는 데만 신경을 쓴다면 속물일 뿐 더 이상 선비일 수 없다고 나무라는 내용도 담겨있다.

안정복은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으며, 독서를 권장하고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과 아울러 “부부 사이는 온갖 복의 근원이다. 처음을 삼가는 도리는 조심하지 않을 수 가 없다. 예로써 공경함을 모두 잊고, 갑자기 서로 함부로 친하게 대하면 바로 금수가 되고 만다. 이름을 망치고 가문을 실추시킴이 항상 여기에 말미암으니, 어찌 삼가지 않으랴!”로 장가를 들기 위해 신부 집에 떠나는 16세 아들에게 보낸 당부의 편지 내용이 있다.

조선후기 문인으로 슬하에 2남 2녀를 둔 박지원은 아버지로서 인간적인 면모, 지방관의 여러 고충, 자식의 과거시험 걱정 등의 내용이 잘 적혀 있다. “고추장을 작은 단지로 하나 보낸다. 사랑에 놓아두고 밥 먹을 때마다 먹으면 좋겠다. 이것은 내가 손수 담근 것인데, 아직 잘 익지는 않았다”는 내용과 과거시험을 앞둔 아들에게 질 좋은 종이를 살 것과 글씨를 또박또박 잘 쓸 것을 당부는 섬세한 아버지의 마음을 담기도 했다.

또한 박제가는 조선후기 문신으로 슬하에 3남 2녀를 두고 신유사옥에 연루되어 함경도 경원 땅으로 유배를 가서 유배지에서 자식들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편지내용은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과 그리움이 탄식과 당부로 표현되고 있다. 유배지의 열악한 환경 때문인지 일상용품을 보내달라는 내용들과 유배지에 도착하자마자 장남에게 보낸 편지에서 “조밥과 찬 짠지를 먹지만 평소처럼 편안하니, 너희는 절대로 내 걱정은 하지 마라. 다만 두 아우를 부지런히 가르쳐서 공부를 그만두지 않게 하는 것을 급선무로 삼아야 한다” 어김없이 자식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은 빠지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조선후기 학자이자 유명한 서예가인 추사 김정희는 슬하에 2남 1녀를 두었으며, “난을 치는 법은 또한 예서(隸書)쓰는 법에 가깝다. 난치는 법은 그림 그리는 방법을 따르는 것을 가장 꺼린다. 난을 치는 것은 반드시 붓을 세 번 굴리는데 묘가 있다. 붓을 마구 휘두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선비의 맑은 운치와 고상한 정신이 함께 깃 들여야 한다”로 양자인 아들에게 난초치는 법을 한 수 가르쳐주는 내용이 들어있다. 예술가로서 고매한 인품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표현방식은 다르지만 예나 지금이나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교육열, 가장으로서 근심, 책임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느끼며 옛 아버지의 편지처럼 지금의 아버지들도 어떤 방식으로든 자식들에게 마음을 가끔씩 열어 보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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