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분위기 확산으로 시신·장기 기증이 늘고 있지만 지역에서 받아주는 곳이 없어 유가족들이 두번 상처를 받고 있다.
지난 9일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게 된 A씨(60). 고인의 평소 뜻에 따라 유가족들은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생전에 신장기증을 하기도 했던 A씨는 사후 시신기증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시신기증 의사를 밝히고, 대전, 충남 지역의 의과대학에 연락을 했지만 시신을 받겠다는 곳이 없었다. 11일 발인을 앞둔 가족들은 전전긍긍한 끝에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의 도움을 받아 강원도의 한 의과대학에 시신을 보낼 수 있었다. 교통사고 시신이나 장애인 시신을 받지 않는 의과대학의 암묵적인 방침 때문에 외면받아 씁쓸함을 남긴 것이다.
A씨의 유가족은 “시신을 받을 곳이 없다는 것은 기증자의 좋은 뜻이 퇴색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유가족들이 시신 보낼 곳을 찾아 헤맨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의과대학에 시신이 부족해 지방대 의과대학생들의 해부실습 여건이 열악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충남대학교 의과대학만 하더라도 앞으로 2년 정도 공부 할 수 있는 시신이 남아있는 상태다. 최근 시신보관을 위한 관련법이 강화되면서 1인 1구의 캐비닛 보관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무작정 보관을 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것.
충남대 의과대학 기증 담당자는 “최근들어 핵가족이 일반화 되면서 독거노인들이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는 의미의 시신 기증이 늘고 있다”며 “보관하고 있는 시신이 충분한 상황인만큼 당분간은 시신기증을 받을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전충남 지역에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시신을 비롯한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등록한 등록자는 1만8000여명에 이른다.
대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는 “의과대학들은 필요에 따라 치매환자 등 연구 케이스별로 선택해서 시신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기증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시신을 기증해 의학계에 공헌을 하겠다는 의미로 힘든 결정을 하지만 시신을 받는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전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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