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종사 여성의 사망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은 11일 말문을 잇지 못했다.
유천동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던 윤 모(24·여)씨는 지난 2008년 중순 경찰의 집중 단속으로 업소가 문을 닫게 되자 업주 A씨(34·여), 마담 B씨(33·여)와 함께 중구 유천동 모 원룸에서 합숙을 시작했다.
감금과 부당한 대우가 계속되자 진절머리가 난 윤씨는 지난해 6월 강원도 강릉으로 몰래 도망했다. 다방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튿날 윤씨는 A씨 등에게 다시 붙잡혀 대전에서 고달픈 감금생활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A씨와 B씨는 “선불금이 있다”는 명목으로 윤씨 외할머니에게 3차례에 걸쳐 350만 원을 갈취, 생활비로 쓰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8월 중순~9월 말께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A씨와 B씨는 윤씨가 “쓰레기통에서 음식물 잔반을 꺼내 먹었다”는 이유로 모두 13차례에 걸쳐 아령 및 몽둥이로 윤씨를 마구 폭행했다. 윤씨가 사망하자 이들은 논산 모 병원 앞에 시신을 버린 뒤 도주했다.
사체를 발견한 경찰은 인권 유린 행위가 있었다는 첩보를 입수해 3개월의 수사 끝에 A씨 일당의 범죄 전모가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 시신을 부검한 결과 위에서 음식물 흔적이 전혀 없었으며 부검의로부터 10일 이상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한 것 같다는 소견을 들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경찰은 A씨와 B씨가 윤씨에게 생명 연장에 필요한 최소한의 음식물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논산경찰서는 11일 이 같은 행각을 벌인 A씨와 B씨를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하고, 공범 C씨(34)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나 A씨는 현재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다. 지난해 12월 경찰에 적발된 대전의 모 안마시술소 종사 여성들도 심각한 인권 유린을 당해왔다.
여성들은 CCTV로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받거나 몸이 아파도 진통제를 맞고 성매매 영업을 해야 하는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손정아 느티나무상담소장은 “피해 여성이 감금됐을 당시나 탈출해서 안전하게 피신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시설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사회 안전망 확충과 함께 이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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