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소위 말하는 서울의 '빅4'병원으로 상경진료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지역의 한 대학병원 의사는 서울의 저명 대학을 졸업한 전문의와 첨단 장비까지 갖춰졌는데도 서울로 향하는 환자들이 야속하다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의료의 지역 불균형 심화=지난 2007년 9월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국립대병원 발전 및 지원방안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소재 초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집중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인천, 경기를 제외한 지방 거주 암환자의 24.3%가 서울 소재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고, 이 가운데 충남과 대전의 경우 전체 환자의 36.4%가 서울 소재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비교적 수도권과 가까운 위치여서 대구·경북 19.3%, 경남·울산 15.6%에 비해 많게는 2배이상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방 암환자의 외래 이용률도 높은편이어서 대전·충남은 전체 암환자의 37.5%가 서울병원의 외래를 이용해 충북 44.6%에 이어 2번째로 높았다. 이밖에 급성심근경색증, 협심증 등 중증질환의 수도권 진료 집중률도 타 지역보다 대전·충남권이 월등히 높았다.
▲외면받는 첨단 치료장비=상경진료를 하는 환자들이 늘어가면서 지역의 2·3차 의료기관들이 도입하고 있는 첨단 장비들은 외면을 받고 있다.
건양대학병원은 지난 2007년 중부권 최초로 방사선 수술기구의 최첨단이라고 부르는 제4세대 사이버나이프(CyberKnife)를 도입했다.
100억원을 투자해 사이버나이프와 PET-CT, 사이클로트론 등을 도입하고 병원 본관 옆에 새 건물을 지어 암센터를 출범시키면서 야심찬 치료계획을 세웠다. 지금까지 이용환자는 840여명. 월평균 30명이 치료를 받았으나 전국에서 6개 대학병원만 도입한 장비임을 감안하면 많은 숫자는 아니다. 그나마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장비를 도입해 타 지방의 환자를 흡수해 체면유지를 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8월 을지대학병원은 50억여원을 투자해 중부권 최초로 로봇수술 장비인 '다빈치-SHD'를 도입했다. '다빈치-SHD'는 국내에 단 두대뿐인 최첨단 장비이지만 지금껏 4개월 기간동안 다빈치 수술 횟수는 10여건 안팎에 불과하다. 서울의 사립병원보다 1.5배 이상 저렴하게 비용을 낮췄지만 이용이 저조한 상황이다.
지역 대학병원 한 관계자는 “상경 진료의 문제점은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다. 지역대학병원들이 저명한 의사를 초빙하고, 첨단 장비를 사들이고 있지만, 고정관념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건양대 지역사회 보건학 전공 나백주 교수는 “서울로 상경 진료를 하는 지방의 환자들의 경우 비용부담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고, 의료가 서울 집중화 되는 원인이 된다”며 “지방의 병원을 키우는데 중앙정부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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