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산]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

  • 오피니언
  • 사외칼럼

[황정산]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

[문화초대석]황정산 대전대 교수.시인·평론가

  • 승인 2010-01-10 13:12
  • 신문게재 2010-01-11 20면
  • 황정산 대전대 교수.시인·평론가황정산 대전대 교수.시인·평론가
최근 <아바타>라는 외화가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이미 최대 외화 관객수 기록을 경신했다고 하며 해외에서도 이 영화의 열풍이 뜨거운 모양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가족들을 데리고 휴가지에서 이 영화를 볼 정도로 대단한 관심을 끌고 있다. 또 이 영화와는 직접 관계없는 것이긴 하지만 최근 한 방송사가 만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고 있다. 오랜 기간을 두고 야심차게 준비한 아마존 지역을 다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다큐멘터리로서는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시청자나 전문가들로부터 모두 호평을 얻고 있다고 한다.

▲ 황정산 대전대 교수.시인·평론가
▲ 황정산 대전대 교수.시인·평론가
그런데 이 두 작품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두 작품 모두 문명과 환경이라는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우리에게 편리한 삶을 구가하도록 해주는 현대문명이라는 것이 과연 인류를 행복하게 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모든 것들을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착취하는 현대 문명의 발전이 많은 것들을 희생시키고 결국은 인간적인 가치마저 상실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이 두 작품의 근저에 깔려 있다.

또 하나는 소수자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다. 우리는 문명의 세계에 적응하지 못한 존재들을 타자화하고 그들을 '미개인'이라고 이름 붙인다. 그래서 문명을 통해 순화시키든지 몰아내야 할 존재로 생각한다. 어쩌면 지금의 우리의 삶을 형성하고 있는 모든 문화나 가치가 이러한 소수자의 희생 위에서 구축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한 사회 안에서도 일반화되어 사회의 보편적인 가치관을 따르지 않는 존재들을 억압하고 말살하고자 한다. 그것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바로 파시즘이다. 바로 이 작품들은 이러한 소수자의 삶에 진정한 인간적 가치들이 내재하고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런데 이러한 상식적인 분석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이 있다. 이 두 작품이 우리에게 감명을 주고 호응을 얻는 것은 다른 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두 작품 모두 사라져가는 운명에 놓인 것들에 대한 애정을 보여 주고 있다. 아마존의 원시부족은 수천 년 간의 원시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러한 삶이 앞으로도 쭉 계속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문명의 힘이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고야 말리라는 것은 누구나 예감할 수 있다. 아바타에 등장하는 <나비> 부족 역시, 비록 영화 속에서는 그들의 승리로 끝났지만, 영화가 실제라면 결국은 인간에 의해 희생될 운명임을 우리는 직감할 수 있다.

사람들은 바로 이런 사라져갈 운명을 가진 것들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그들에 애정을 가진다. 그리고 이 두 작품은 바로 사람들의 이런 감성을 적극적으로 잘 활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런 사라지는 존재들을 사랑할까? 세상의 변화에 적응해서 살아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사실 우리 모두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든 것들이 빨리 변화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 변화에 적응해서 산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임을 우리 모두는 매일 절감하면서 살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개발되어 나오는 새로운 제품, 자고 나면 바뀌는 새로운 제도들 그것들을 따라하지 못하면 결국 사회적 무능력자가 되고 사회에서 내몰릴 것 같은 공포를 느끼며 우리 모두는 살고 있다. 때문에 사라져야 할 운명을 가진 존재는 우리 모두에게 묘한 동류의식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우리는 기꺼이 그들의 편이 되는 것이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말이 없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변화 속에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는 여유를 가져보자. 바로 거기에 우리가 잊고 지냈던 중요한 가치들이 있을지 모를 일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5.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