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교육비가 무료인 스웨덴은 고등학생과 대학생에게도 매월 일정액의 학업보조금이 지급되며 의료비도 일정액 이상은 전액 국가가 부담한다. 또 연애를 하거나 공부가 싫어 정규교육 기회를 놓친 성인들도 언제든 마음이 바뀌어 공부하고 싶으면 학교로 돌아가 공부할 수 있다.
이러한 스웨덴 복지국가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나라처럼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 등 사회적 약자에게 일정한 혜택을 주는 부분적이고 시혜적인 복지가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똑같이 제공되는 보편적인 복지가 기본원칙으로 작동된다는 것이다.
■ 배우고 싶은 과정 선택해 공부하는 김나지움
▲ 스톡홀름 현대미술관에서 실시하는 어린이 아트스쿨에서 어린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 교사들과 함께 물감을 손과 얼굴에 묻혀가며 청색에 대한 느낌을 체험하는 ‘파란색을 연구하는 날’ 수업을 받고 있다. |
1937년 수공예를 가르치는 직업학교로 첫 출발한 이 학교는 현재 전기, 차량, 건축, 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술 등 16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중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예술은 대학에 가기 위한 과정이며 나머지는 취업을 준비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직업과정을 배웠다고 해서 대학에 못가는 것은 아니며 이와 관련된 학교에 지원하면 가능하다.
학생들은 어느 나라에나 있는 국어, 영어, 수학, 역사, 문화 등 주요과목을 배우는 것은 물론이고 전기에 관심 있는 학생은 전기에 관련한 책을, 무용을 하는 학생은 무용에 대한 책을 좀 더 많이 읽는다.
특히 예술 프로그램의 경우 학교에서 하는 이론공부 외에도 음악, 연극, 무용 등 다른 사람들의 공연을 많이 보여주며 교사와 학생들이 서로 토론해가며 작품을 완성하고 공연함으로써 학교를 마치고 직업인이 되었을 때 바로 적응할 수 있도록 실용적이고 산교육을 위주로 한다.
우리가 사교육에 의존하는 음악과 미술, 무용 등 예술과정도 이곳에서는 모두 무료로 배우는데 학생들이 어느 지역 어떤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학비는 부모의 소득이 많든 적든, 장애인이든 그렇지 않든 전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몫이다.
이 학교 엘리자벳 샌드보로(Elisabet Sandborgh) 예술프로그램 학과장은 “예술프로그램에 있어 연극이나 댄스, 뮤지컬 등의 선택은 학생 스스로 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열의와 만족도가 매우 높다”면서 “음악, 무용 등을 전공하는 학생들 중 일부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과외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학교에서 하는 교육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들려줬다.
■퇴근 후 미술관으로... 누구나 즐기는 문화예술
▲ 인문교육과 직업과정을 통합교육하는 상뜨 에릭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미술수업을 받는 장면. |
이런 보편적이고 평등한 문화예술교육 덕분인지 퇴근시간을 넘긴 평일 저녁 7시 살바도르 달리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스톡홀름 현대미술관은 문밖까지 길게 사람들이 늘어서 있었다.
스톡홀름 현대미술관은 그림을 수집, 전시, 보관하는 기능뿐 아니라 아기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기자가 미술관을 방문한 날 아트스쿨 어린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바닥 가득 흰 종이를 펼쳐놓고 청색 물감을 손과 얼굴에 묻혀가며 온몸으로 색을 느끼는 ‘파란색을 연구하는 날’ 수업을 하고 있었다.
마리아투브 어린이 미술교육디렉터는 “아이들은 모두 그림을 그릴 소질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미술교육을 하고 있으며 놀이를 통해 색을 체험하게 한 뒤 아이들을 미술관에 데리고 가서 작품 감상을 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미술관 교육은 미술에 관심이 부족한 10대들에게는 작가와 함께 예술작품의 창작과정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존 모데나(Zon Moderna)프로젝트’와 가족프로그램 등 다양한 연령과 계층에서 운영되는데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미술교육이다.
전시장에 있는 대부분의 그림들을 입체감이 있는 조형물로 만들어 시각장애인들이 그림을 만져보고 느낄 수 있도록 했는데 빨간색은 뜨겁게, 파란색은 차갑게 온도 차이를 주는가하면 색깔마다 다른 재료와 질감으로 작품을 만지며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 공부하고 싶으면 언제든 다시 할 수있어
▲ 상뜨 에릭스 고등학교 전경. |
스웨덴 전역에는 148개의 시민교육기관이 있는데 정부 주도아래 시작된 교육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활동을 하고자하는 시민들의 욕구에 의해 생겨난 자발적 스터디운동이다.
시민교육위원회에서 일하는 비욘 가레 펠트 씨는 스웨덴의 시민교육에 대해 “100여 년 전 소수 엘리트에게만 가능하던 문화교육을 일반시민들도 향유하고픈 욕구에서 독립운동처럼 시작됐다”면서 “이로 인해 1900년대 초 노동자들이 술을 많이 마시던 데서 금주운동을 벌이고 문화를 배우기 위한 모임들이 생겨났다”고 들려줬다.
기자가 방문한 포크빌딩(Folkbilding)에서는 일반 음악분야와 록음악, 다큐멘터리 제작, 퇴직자 과정 등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19-25세까지 대부분 고등학교 졸업생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직장생활을 하다가 다시 공부를 하고 싶어 찾아온 사람들이거나 새로운 분야를 배우기 위해 오는 사람들로 진학과정과 평생교육과정이 동시에 운영되고 있다.
여기서 만난 오르겐 엥스베르그(28)씨는 고등학교에서는 사회과학을 공부했는데 요리사로 일하다가 10년 만에 음악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포크빌딩에서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하고 있다.
그에게는 피아노를 늦게 시작한데 대한 불안감도, 더 많은 것을 이루기 위한 욕심도 없었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한다는데 큰 기쁨과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또 그가 포크빌딩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국가가 모든 것을 무료로 제공하며 대학에 가기까지 필요한 생활비는 빌렸다가 추후 일하면서 갚아나가면 된다.
자기개발이건, 더 나은 직업을 찾기 위한 것이건, 단순히 배우려는 욕구이건 언제든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경제적 부담 없이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율적이고 비제도적인 교육시스템이 스웨덴에서는 보편타당하게 이뤄지고 있다. /스웨덴=임연희 기자 lyh3056@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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