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
여행은 매일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를 왕복하는 장거리 이동으로 강행군이었다. 캘리포니아에서 출발하여 네바다주를 거치고 애리조나주로 갔다가 다시 캘리포니아주로 돌아오는 멀고 먼 여정이었다. 첫날은 요세미티의 엘 캐피탄, 하프돔, 요세미티 폭포 등을 둘러보았다. 한국에 비해 아기자기한 점은 적었지만 그 규모는 대단히 크고 웅장하였다. 미국의 땅은 한국에 비해 큰 만큼, 그와 비례해서 계곡도 깊었으며 나무도 크고 잎도 컸다.
이튿날은 모하비사막을 달려서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 모하비사막은 모래밭이 아니라 산과 계곡을 지닌 자연 모습으로 불모의 땅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비행기의 무덤'은 그 이름만으로도 인상적이었다. 사막에 서있는 여호수아 나무들은 두 팔을 하늘로 향해 뻗어 올리고 기도하는 형상이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우리가 찾아간 베네치아 호텔의 홀 안은 밖이 어두운 시간에도 인공으로 제작된 천장에 비갠 오후의 맑고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연출하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인간의 유희본능이 펼친 그 극치를 살필 수 있었다. 불모의 사막 위에 건설된 도시의 화려한 미관은 세계인들의 관심과 발길을 불러들이기에 족했다.
다음 날 모하비사막을 가로 질러 후버댐을 거쳐 그랜드 캐년으로 갔다. 그랜드 캐년은 마치 지구의 붉은 심장을 열어 놓은 듯했다. 그곳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지구의 심장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 실핏줄처럼 흐르는 콜로라도강을 내려다보았는데, 가늘게 보이는 그 강이 실제의 너비는 300여나 된다고 하여 놀랐다.
자연의 장엄함을 펼쳐놓은 그랜드 캐년의 감동은 실로 장대한 것이었다. 사진이나 기타의 자료로 볼 때는 몰랐는데, 실제로 보니 자연이 펼친 그 자체가 예술보다 뛰어나고 그 안에 생명의 움직임이 함께 하고 있는 점이 하나의 기적 같이 다가왔다. 그랜드 캐년은 아직까지 내가 보았던 자연 가운데서 가장 웅장한 것으로 단연 압권이었다. 다시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오는 과정에서는 심한 트래픽에 시달려야 했다. 9·11 테러 이후에 후버댐을 경유하는 차량에 대한 검문검색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나흘 째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모하비사막을 달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로 향했다. 그곳에서 인간의 상상력이 분출하는 극적인 순간들을 경험하였다. 할리우드는 미국의 영화산업을 주도한 곳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그곳에서 영화가 제작되는 과정을 일반인들에게 압축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극적인 장면들을 연출하여 사람들에게 역동적인 순간과 긴장감을 선사하고 있었다.
세 개의 주를 오가는 장거리 여행 속에서 나는 미국이 지닌 광활함과 잠재력을 발견하였다. 서부여행을 통해서 미국의 상상력이 펼쳐내는 다양한 모습들을 보고 돌아오며 나는 미국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여러 면에서 미국의 저력은 대단히 놀라운 것이었다. 그만큼 영역이 넓고 다양하다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내 안에 그랜드 캐년과 라스베이거스,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을 담고 나니까 나도 그만큼 더 넓어진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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