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속여 10억 '대포폰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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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속여 10억 '대포폰 장사'

“대출받게 해줄게” 명의 빌려 이용요금 편취 16명 덜미

  • 승인 2010-01-06 18:00
  • 신문게재 2010-01-07 5면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노숙자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명의를 이용해 대포폰과 대포차를 판매해 온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6일 정신지체 장애인과 노숙자 명의로 대포폰과 대포차를 유통, 부당이득을 챙긴 유 모(28)씨 등 3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또 공범 최 모(65)씨 등 1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 등은 지난 2008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대전역 등지에서 만난 노숙자 주 모(34)씨 등 58명에게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라는 식으로 속인 뒤 이들의 명의를 이용해 900여 대의 휴대폰을 개통하게 한 뒤 이를 대포폰으로 판매하거나 소액결제로 활용, 모두 10억 원 상당의 이용 요금을 편취한 혐의다.

또 정신지체 장애인 최 모(49)씨 등에게 “취직해 돈을 벌게 해 주겠다”라는 식으로 속인 뒤 재직증명서를 위조해 고급 차량 2대를 할부로 사게 한 뒤 대포 차량으로 판매, 7000여만 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유씨 등은 정신지체 장애인과 노숙자를 물색하는 '모집책', 휴대폰 개통을 담당하는 '폰 작업책', 위조 재직증명서 등으로 차량을 할부로 사게 해 판매하는 '차량 대출 작업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범행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은 대포폰 판매 일당이 대전역 등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노숙인으로 위장, 수개월간 잠복을 통해 일당을 적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명의로 위조된 재직증명서와 대포폰, 대포차량 등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숙인 등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돈을 벌게 해 주겠다”라는 범죄 조직의 감언이설에 십중팔구 속기 일쑤여서 이같은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숙자를 범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노숙자 쉼터 및 재활프로그램 확충, 노숙자 밀집 지역의 순찰 강화 등이 해결책으로 꼽히고 있다.

대전홈리스지원센터 관계자는 “(노숙인들이) 재활에 필요한 사회적 여건 조성을 위해 지자체의 행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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