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10년 만에 다시 만난 엄마와 여성 할례의 전통과 종교에 대한 견해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심하게 다투고난 뒤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서운함을 장문의 편지로 썼다.
화려한 무대의 뒤편에 드리우는 암흑의 공간에 대한 내밀한 고백이자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아프리카의 악습을 전통과 종교,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고수하려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아프리카, 아이들의 미래가 보장되는 아프리카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이야기하는 설득의 메시지이다.
저자는 실제로 어린 시절 녹슨 면도칼로 할례를 당하고 강제결혼을 피해 사막에서 도망친 뒤 세계적인 슈퍼모델이 됐지만 자신이 당한 고통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런 그녀의 의지 덕에 그녀는 유엔 특별대사가 되었고, 오스카 로메로 상을 받았으며, 프랑스 정부에서 수여하는 레종 도뇌르 훈장도 받았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그녀의 화려한 성공과 은밀한 좌절의 이야기를 모두 담고 있다. 숨기고 싶은 내면을 잔잔한 어조로 고백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다시 우뚝 서서 아프리카의 개혁을 외치는 투사의 목소리도 담겨 있다.
슈퍼모델과 아프리카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라는 화려한 이면에 숨겨진 나약한 여인의 내밀한 고백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기린원/와리스디리 지음, 권오숙 옮김/308쪽/1만2800원. /강순욱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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