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전략적 예언과 '특허괴물'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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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전략적 예언과 '특허괴물'의 위험성

[수요광장]김원중 특허청 차장

  • 승인 2010-01-05 14:32
  • 신문게재 2010-01-06 21면
  • 김원중 특허청 차장김원중 특허청 차장
소한(小寒) 추위가 매섭다. 며칠 사이에 겨울이 한중간으로 들어선 느낌이다. 이맘때면 패션 전문가들은 방송이나 신문지상을 통해 내년 봄, 여름에 유행할 패션 트렌드를 소비자에게 알려준다.

▲ 김원중 특허청 차장
▲ 김원중 특허청 차장
전문가들이 예견하는 트렌드는 단순히 디자인만이 아니라, 옷감의 재질이나 색상, 어울리는 액세서리 등 일반 소비자에게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구체적이다.

예년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올 봄 우리는 길을 걸으면서 전문가들의 예측이 정확했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40년간 미래학을 연구한 짐 데이토 교수의 “미래는 예측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미래는 현재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경험상 미래를 거의 완벽하게 예측하는 패션 전문가의 식견은 놀라울 따름이다. 만약 패션 전문가의 예측이 빗나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문가의 예측을 믿고 완제품을 생산한 기업은 물론 옷감이나 염료 등 원재료를 생산한 기업들은 모두 감당하지 못할 재고 때문에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다.

기업이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트렌드에 맞춰 사업계획을 짜는 이유는 전문가의 예측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고객이 스스로 자신의 요구를 명확히 밝힐 수 있기 전에 새로운 요구를 구체화한 뒤, 미래를 만들어내는 것을 전략적 예언(Strategic Soothsaying)이라 한다. 전략적 예언은 경쟁기업의 경영활동을 제한하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32나노(nm) 기술을 적용한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생산을 시작한 인텔의 폴 오텔리니(Paul Otellini) 회장은 지난해 9월 23일 22나노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프로세서의 생산을 준비중임을 밝혔다.

이 발표로 시판중인 인텔 제품과 유사한 기능을 가지면서도 조금 가격이 싼 경쟁사의 프로세서를 구매할 의사가 있던 소비자들이 제품구매를 주저하게 되면서 결국, 경쟁사들은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인텔의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기업이 전략적 예언으로 소비자와 경쟁기업의 활동을 제한하는 것과 유사한 과정을 통해 미래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과학기술분야는 전문가의 의견을 모으는 델파이(Delphi) 방법을 통해 전략을 수립하고, 연구개발(R&D)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어,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과학기술이 무엇인가에 대한 몇몇 권위 있는 학자의 예측(Prediction)은 국가 연구개발 계획(Plan)에 반영되고, 그들의 아이디어는 연구개발을 통해 구체화되어 기업의 제품 생산에 활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과학기술분야 전문가의 아이디어를 매입하여 지식재산권을 획득할 수 있다면, 수십조 원의 연구개발자금을 무용지물로 만들면서, 5~10년 후 우리 기업이 생산할 제품에 활용될 지식재산권을 미리 선점하였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얼마전 특허관리전문회사(NPEsNon practicing Entities) 중 하나인 IV(Intellectual Ventures)가 서울대, 카이스트 등 국내 주요 대학에서 268건의 아이디어를 매입하여 특허를 출원한 사실은 이러한 관점에서 우려되는 바가 매우 크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부분의 연구개발 역량을 대학에 의존하고 있어, IV가 파놓은 전략적 예언의 함정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매각된 아이디어가 국가나 기업의 경쟁력에 미칠 영향력이 과장되었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으나, 이러한 비판을 받아들이기에는 IV가 전략적 예언에 익숙한 대표적인 기업인 MS, 인텔, 애플 등이 약 50억 달러의 자본금을 출자하여 설립한 기업이고, CEO는 MS의 최고기술경영자(CTO)였던 네이슨 미어볼드(Nathan Myhrvold)라는 사실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껄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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