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인규 천안 백석중 교사 |
어느날 집 가까이에 있는 서점에 들러 상큼한 정보들에 취해 즐거움을 만끽 하던 중 우연히 박완서의 호미라는 산문집을 접하게 되었다. 시골에서 자란 나로서는 호미가 친근감 있는 단어이자 어머니가 늘 가지고 다니시던 농기구로 단연 눈길을 끌게 되었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짧은 시간 동안 클로즈업되면서 호미와의 인연을 맺게 되었다.
새해 교육현장의 부푼 꿈을 디자인 하는데 호미가 주는 교훈으로 꿈을 설계하여 보면 어떨까? 호미가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유비무환의 정신, 부모에 대한 사랑과 효, 교육사랑 정신이 바로 그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속담에서도 볼 수 있듯이 호미는 준비성의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 준비된 사람이란 말이 있다. 얼마나 든든하고 믿음이 가는 말인가! 바로 호미는 가냘픈 농기구일지 모르지만 유비무환의 존재이며 믿음이 가는 그러한 존재이다. 특히, 올 한해는 이러한 호미의 정신으로 학교현장의 준비된 교사가 되어 보람꽃을 활짝 피워보자고 다짐해 본다.
또한, 핵가족 시대에 호미는 부모에 대한 사랑과 효를 일깨워 준다는 생각이 든다. 호미는 그 옛날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농사에 꼭 필요한 도구로 우리 부모들의 곁에서 늘 함께 하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즉 우리 어머니들의 애환과 삶의 철학이 들어 있는 농기구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호미의 정신이 있었기에 오늘날과 같은 윤택한 삶을 영위할 수 있지 않았나 되뇌어 본다. 지금도 호미를 생각하면 이마의 땀방울을 훔치면서 밭일을 하시던 어머니가 아련히 떠오른다. 이 추운 겨울 부모님의 끝없는 사랑에 감사드리며 찾아뵙고 따스한 마음을 함께 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호미는 성스럽고 위대한 존재로 교육에 대한 방법을 가르쳐 준다고 생각된다. 편견일지 모르지만 우리 인간에게 필요한 유용한 식물을 알맞은 환경을 조성하여 키우는 것이 재배라고 한다면 이에 비추어 사람의 재능을 이끌어 내어(draw out) 알맞은 환경을 조성하여 달란트를 개발시켜 우리 사회의 훌륭한 인재를 기르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식물을 기르는 재배에 있어서 호미의 역할은 아주 대단하다. 잡초를 제거하는 일, 땅을 일구어서 딱딱한 흙덩이를 잘게 부수어 줌으로써 흙을 부드럽게 해주는 일, 뿌리에 산소와 양분을 원활하게 공급해주어 건강하고 탐스러운 작물로 커가게 하는 일 등 생명과도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역할들을 교육에 비추어 볼 때 호미는 교사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학교현장에서의 교육사랑! 호미와 같은 정신으로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나부터 듬뿍 베풀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호미와 같은 정신과 역할로 삶을 살아간다면 늘 준비된 사람으로서 부모에게 효도하는 효자 효녀가 될 것이고, 학교현장에서는 행복한 교사, 행복한 학교가 될 것임에 의심이 없다. 왜냐하면 호미는 유비무환의 정신, 부모님 사랑과 효 실천에 대한 일깨움과 교육사랑 정신을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끝으로 새해 부푼 꿈을 디자인 하는 바쁜 시간들 속에서 무엇보다도 호미를 통한 나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는 성찰의 기회를 갖고 이렇게 글까지 쓸 수 있는 기회까지 얻게 되어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하면서 글을 줄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