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맹호 한국 원자력연구원 정책연구부책임연구원 |
한국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은 이번 수주를 위해 그동안 세계 연구로 건설시장을 주도해온 아르헨티나, 중국, 러시아 4개국과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다.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프로젝트 수주는 우리나라가 1959년 원자력 연구개발을 시작한 지 50년 만에 첫 원자력 플랜트 해외 수출로, 한국의 원자력 기술 수준을 국제 사회로부터 명실상부하게 인정받게 된 것으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곧이어 전해진 소식은 한국형 원전의 첫 해외 진출이다. 그동안 국내 원자력계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해서 실용화한 140만 kW급 신형 경수로 APR-1400을 앞세운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400억 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프로젝트 입찰에서 프랑스 아레바, 미국 GE-일본 히다치 컨소시엄 등 굴지의 원전 선진국들을 제치고 당당히 최종 건설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신형경수로 APR-1400은 그동안 국제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아왔는데 이번 수주로 화려하게 세계 시장에 데뷔하게 됐다. 이번에 한전 컨소시엄이 수주한 규모는 원전 건설 수주액 200억 달러와 원전이 가동되는 60년 동안 운전과 기기교체 등 운영지원 참여에 대한 200억 달러 등 총 4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번 수주는 중동 첫 원전 건설이자 원자력 르네상스릴 여는 첫 대규모 원전 프로젝트로, 후발주자로만 여겨지던 우리나라의 수주는 놀랄 만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수주는 우리나라 원전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입증하고 향후 원전 수출국으로서 도약과 국제사회에서의 국가 브랜드의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용 원자로와 원전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고도의 기술력이 운영 노하우가 결집돼 만들어지는 과학기술의 결정체다. 이번에 UAE에 수출하게 된 APR-1400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지난 1996년 자력 설계한 한국표준형원전(OPR-1000)을 근간으로 안전성과 경제성으로 대폭 향상시킨 것이다. 1996년 한국표준형원전 설계 기술을 완성하기까지는 수많은 연구원들이 밤낮없이 땀을 흘려야 했다.
제품은 팔아도 기술은 넘겨주지 않으려는 이들을 상대로 어떻게든 설계 기술을 배워오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자리에서 “실패하면 돌아오지 말고 태평양에 빠져 죽자”고 다짐할 만큼 결연한 각오로 덤벼야 했다. 요르단과 UAE에서 터뜨린 삼페인은 바로 이들이 흘린 땀방울의 결정체들이다.
연구용 원자로와 원전 건설은 사업기간이 길고 규모가 크며 고용 효과도 크기 때문에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지대하다. 따라서 원자력 기술과 산업의 해외 수출은 국가경제에도 크게 기여를 할 수 있다.
세계 원전 시장은 2030년까지 300기에서 500기까지 신규 원전 건설이 예상되고, 연구용 원자로 시장도 향후 15년 내에 10조~20조원 규모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번 두 개의 원자로 프로젝트 입찰에서 세계 원자력 시장을 주도해온 선진국과 치열한 경합을 벌여 경제성과 기술력 모두에서 뒤지지 않고 승리를 이뤄냈다. 그동안 축적해온 기술력과 운영능력, 경제성에서 최고 수준임을 인정받음에 따라 우리나라의 원자력 산업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됐다.
2009년의 연구로 수출과 원전 수출은 앞으로 다가올 일에 비하면 시작에 불과할 지 모른다. 원자력은 지난 30년간 안정적인 전력 생산을 통해 반도체, 자동차, IT 등 국가 기간산업의 발전을 뒷받침했지만 이제 그 차원을 넘어 스스로 수출산업화해서 또한번 국운 부흥에 기여하고자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역량을 결집해서 원자력을 수출전략산업으로서 키워나간다면 2010년 경인년은 국내 원자력 산업이 국제적으로 도약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