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순중 대전예총 사무처장 |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다음 새해에는 멋지게 대답할 수 있겠느냐고. 그러면 대답합니다. 물론, 잘 할 수 있다고. 이렇듯, 우리는 일 년 전 아니 몇 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물어왔고 또 지금 묻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이 자리에서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아무리 새 날이 온다 해도, 나의 것을 팽개치고 무조건 다른 것을 받아들이려 해도 결코 나의 삶은 생각처럼 새로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어느 지식인은 우리에게 새로움이란 새 옷을 갈아입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새로움이란 새해를 맞이한다고 오는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해왔던 나의 삶을 정리하여 새 일을 도모하는 것도 아닙니다. 평생 한우물만 파왔던 명망 있는 어느 예술가의 말처럼, 새로움은 `그저 거짓 없이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삶'을 그대로 확인하며 변함없이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기 위해 배우고 일하느라 우리는 땀에 젖고 낡아버린 예술이란 작업복을 입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이 작업복을 벗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삶이 힘겹고 어려워도, 세상이 나의 희망과 꿈을 가두어도, 성실과 정직이 담긴 그 낡은 작업복을 정성껏 입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가지고 새로운 세계를 개척해야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진정 진실 되게 더욱 낡아 가야 하기에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새로움이란 지금까지 내가 해 온 일, 나의 숨결과 땀이 배어 있는 작업터와 가정을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진실된 나의 땀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내 삶 속에 흐르게 하는 일이며, 나의 손과 발이 새로운 창작으로 인해 더욱 낡아 가는 일입니다. 새로움 느끼는 일이란 결국 예술가로서의 나 자신의 모습을 지키는 일이요, 그 지키고 있는 모습을 느끼는 일입니다.
우리 예술현장에 부족한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좀 더 많은 지원이 이루어져 창작 활동하는데 부족함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 으뜸일 것입니다. 그래서 해마다 연말이 되면 너나없이 문진금 신청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연말연초에는 새로운 한 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듯 문진금 심사 결과로 희비가 엇갈리는 게 우리 예술동네의 한 풍경입니다.
선택과 집중, 간접지원, 사후지원, 생활 속의 예술 향유환경 조성 등 정부의 4대 예술지원 원칙에 따라 예술지원의 중추라 할 수 있는 문예진흥기금 사업의 구조가 대폭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역이관, 지역 매칭예산, 공간 중심 지원, 평가 강화 등 핵심적인 변화의 키워드가 재빠르게 지원 사업으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예술인들은 이런 변화에 얼마나 순응하고 대처하고 있는지 자못 궁금합니다.
또한 새해에는 소액다건 위주의 지역문예진흥기금과 무대제작지원사업이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으로 이름을 바꿔 시행된다고 합니다. 작년에 설립된 문화재단이 올해 공식적으로 실시하는 첫 사업이 바로 이 문화예술관련 기금을 배분하는 일부터 시작됩니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고히 하여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또한 그렇게 한평생을 살아온 예술인들에게도 희망이 되어주는 문화재단이 되길 꿈꾸어 봅니다. 이런 기대가 지속되는 한해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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