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고용 없는 성장과 백수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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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윤]고용 없는 성장과 백수 증가

[중도춘추]안상윤 건양대 대학원장

  • 승인 2010-01-04 14:45
  • 신문게재 2010-01-01 20면
  • 안상윤 건양대 대학원장안상윤 건양대 대학원장
다사다난했던 지난 한해를 돌이켜볼 때 노동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비정규직 문제에서부터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추진 및 복수노조 허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들이 제기되었고, 그것들은 심각한 사회적 파장을 가져왔다.

▲ 안상윤 건양대 대학원장
▲ 안상윤 건양대 대학원장
노동시장 변화와 관련하여 청년 구직자들이나 서민들에게 마치 재앙처럼 닥쳐온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고용 없는 경제성장 현상이다. 국가 차원에서 산업의 범위는 더욱 확대되고 경제력은 커지고 있지만, 그에 비례하여 고용은 증가하지 않고 있다. 고용의 정체는 투자자산을 소유하지 못한 계층에게는 분명히 심각한 위기이다.

대학 졸업자들은 늘어나는데 비하여 고용이 정체되어 있으니 당연히 실업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상황은 임금에 의존하여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서민가계에 즉시 타격을 준다. 미국 발 세계 경제위기 이후 정부의 재정확대정책 덕분에 경기가 회복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부유계층이 더 부유해진 것이지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계지출이 주로 교육비와 식비에 집중되어 있다는 통계조사를 보면 입증이 된다.

산업의 고도화 속에서 나타나는 고용정체가 서민들에게 재앙인 이유는, 교육수준이 낮은 서민들에게 주어지는 보통 수준의 일자리들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더 나쁜 것은, 이들 보통 수준 일자리들은 산업의 고도화에 따라 작업시간이 단축됨으로써 종사자들의 수입을 감소시킨다. 또한, 줄어든 일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임금은 더 하락한다. 반면, 갈수록 발전하고 있는 금융자본주의 시스템은 부유계층이 힘 안 들이고 돈 벌 수 있는 기회를 무제한 제공한다.

세계 10위권의 눈부신 경제발전 속에서도 청년 실업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것은 가난이 대물림되고, 임금근로자 대열에서 탈락자가 늘어나면서 극빈층 역시 증가할 것이라는 신호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돈을 푼다고는 하지만 그 돈이 서민들의 통장에 쌓이기보다는 부유계층의 주머니로 되돌아간다. 물가는 한없이 오르고 자식들 교육비는 부르는 것이 값이 되어버렸다. 임금근로자들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증가하는 지출구조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은 채용을 극소화시키기 위한 각종 혁신을 도모하기에 바쁘다. 기업은 집요하게시리도 인건비 절감에 매달린다. 기업의 덕목이 고용을 늘리고 사람들의 삶을 살찌우도록 하는데 있다는 것은 지나간 추억이 되고 있다. 보통 근로자보다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하면서 일은 두 배 이상 더 잘하는 우수인력을 쓰려고 하는 것이 요즘 기업들의 중요한 전략이다. 기업의 효율성 추구는 필연적으로 청년 백수의 증가를 가져온다.

이와 같은 불행이 더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신기루와 같은 대학을 줄여서 교육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 2년제 전문대학에 진학해서 기능직으로 일해야 할 수십만 명의 인력이 4년제 대학에 진학함으로써 그릇된 환상에 사로잡히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4년제 대학공부를 소화할 수 없는 능력으로 4년제 대학 졸업장을 엉터리로 딴 많은 청년 구직자들이 정말 4년제 대졸자를 찾는 직장을 원하다보니 노동시장의 왜곡이 발생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엉터리 대졸인력의 공급실태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보통 수준의 대졸자는 뽑지 않는다.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강력한 교육열에 힘입어 경제발전의 신화를 이뤄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 그 강력한 교육열은 무한정 돈을 잡아먹으면서도 그릇된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청년백수들을 양산하는 부메랑이 되었다. 형편없는 실력의 4년제 대졸자들의 허황된 눈높이 때문에 애꿎은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을 겪고 있다. 과감한 대학교육의 제도개혁과 자식에 대한 부모들의 냉철한 판단만이 청년백수를 줄이고 사회를 올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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