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찬 눈보라가 몰아닥친 30일, 대전 중앙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올 한해를 돌아보며 이 같이 말했다. 그의 말투와 표정에서는 올해 어려웠던 경제 상황에 대한 깊은 한숨과 내년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동시에 묻어났다.
이날 오전 찾아간 중앙시장은 하루 장사를 시작하는 상인들의 분주한 손길과는 달리 시민들의 발길이 뜸한 썰렁한 모습으로 올 한해 침체된 서민 경제 상황을 대변하고 있었다.
계속된 대형마트의 공세 속에서 어려움을 겪어온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소비심리까지 급속도로 얼어붙은 올 한해는 유달리 힘겨울 수 밖에 없었다.
중앙시장에서 20년 넘게 장사를 했다는 박숙희(여·55)씨는 “마트가 많아지면서 시장 상인들이야 갈 수록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올해처럼 장사하기 힘들었던 때도 드물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래도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하니 내년에는 다시 힘을 내서 열심히 일하다보면 잘 되는 때도 있지 않겠느냐”며 희망 어린 말을 덧붙였다.
올 한해 어렵기는 상인들 뿐 아니라 재래시장을 주로 이용하는 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시장 입구에서 만난 주부 이상윤(54)씨는 “버는 돈은 항상 제자리인데 이것저것 물가는 오르다보니 올해는 장보기도 겁나고 살림살이도 유난히 팍팍했던 것 같다”며 “내년에는 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장 골목에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상인들의 세밑 화두는 단연 경제 얘기였다. 어려웠던 한 해를 돌아보는 그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가득했지만, 또 해가 바뀌면 오늘보다 나아질 것을 기대하는 어렴풋한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오늘도 쌓인 먼지를 털어내며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들. 그들의 새해 소망 역시 한결같다. 상인 임효수(60)씨는 “경기 상황을 쉽게 예측하지는 못한다지만 서민들이야 잘될거라는 기대와 잘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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