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곳곳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서 나오는 빛 때문에 운전 중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너무 밝은 전광판 빛 때문에 눈이 부셔 사고가 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전광판을 보고 난 뒤에는 전방을 주시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시내에 우후죽순 설치된 대형 전광판과 옥외광고물에서 나오는 빛 탓에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빛 공해'와 관련해 빛 세기를 규제할 제도나 지침이 없어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 수립이 시급하다.
둔산동 시청 네거리 등 대전 시내에는 행정기관이나 민간 기관이 대형 전광판을 수 개 가량 설치해 놓고 있다. 운전자들은 이곳에서 나오는 빛이 너무 강렬해 안전 운전에 장애를 받는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전광판뿐만이 아니라 옥외광고물의 무분별한 네온사인 등도 불편함을 주는 것은 마찬가지다. 운전자는 물론 상권 밀집지역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심야까지 번쩍이는 빛 때문에 잠을 설치기 일쑤다.
을지대병원 안과 신창현 교수는 “야간 운전 때 인체의 눈은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들어갔을 때,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차차 보이기 시작하는 암순응(Dark adaptation)에 적응돼 있다”며 “이때 강력한 빛에 노출되면 일시적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운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며 빛 공해 위험성을 경고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대전에서 `빛 공해'를 규제할 수 있는 조례 등은 마련돼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이달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빛 공해 방지 조례안'을 입법예고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례안에는 외부 전문가 등으로 빛 공해 방지위원회를 구성해 빛 공해 방지사업을 추진하고 조명 환경 관리구역을 지정, 허용 빛 세기 기준을 정하는 등 발빠른 대처를 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국가적 차원에서 `빛 공해방지법'을 제정, 시행 중이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 빛 공해와 관련된 법안이 제출돼 있고 서울시가 조례를 제정한 것도 파악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환경부도 문제성을 알고 있는 만큼 시에서도 앞으로 면밀한 검토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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