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충남지역에서 걷기 좋은 길들도 20여곳 포함 되어있다. 다른 걷기 여행서들과 차별되는 점은 걷기 코스가 많다는 것만이 아니다. 이 책에서는 코스들마다 걷기 여행이 주는 설렘과 화해, 느림의 미학을 만끽 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소개된다.
이 책에 나오는 걷기 좋은 길은 짧게는 2km 안팎에서 길게는 30km가 넘는다. 각자의 걷기 취향과 체력에 맞춰 선택 할 수 있는 폭이 넓다. 책에서는 길의 위치를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친절하고 상세하게 안내한다. 또한, 해당 지역에 있는 맛집이나 숙박, 교통 등도 세심하게 일러준다. 특히 전문여행작가의 눈으로 찾아낸 현장감 있는 사진은 여행지의 풍경을 미리 만날 수 있게 하여, 여행의 설렘을 더 크게 해준다.
우리지역과 가까운 대전, 충남의 걷기 좋은 길을 소개한 구절을 살펴보자. 장태산휴양림의 백미는 메타세쿼이아 숲길이다. 메타세쿼이아 2000여 그루가 하늘로 쭉 뻗어 오른 나무 군락은 전국 최대규모로 마치 열병식 하는 병사들처럼 숲 탐방객들을 기분 좋게 맞아준다. 피톤치드까지 가득해 사람들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다.
―「PART 03 | 025 장태산자연휴양림 메타쉐쿼이아 숲길 (107~109p) 중에서
영일루에서 태자천과 궁녀사로 이어지는 태자골은 울창한 단풍나무 숲이다. 태자천에서 약수 한 모금 마시고, 낙화암과 고란사로 향하면 된다. 낙화암은 전쟁에 패한 백제의 삼천궁녀들이 몸을 던진 곳이다. 금강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에 가장 슬픈 전설이 스며있다. 고란사는 금강에 바짝 붙어 있는 절집인데, 고란초가 자라는 절벽아래 약수가 유명하다. 백제의 왕들이 마셨다는 샘물이다.
―「PART 07 | 092 느리게 걷는 백마강, 부소산 길 (341~343p) 중에서
장삼포해수욕장에서 남쪽 해안을 따라 약 1.5km 걸어가면 장돌해수욕장. 길은 없다. 바다는 길을 만들지 않는다. 누군가 찍어놓은 발자국마다 지워놓기 바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앞서 간 이의 발자국을 지우기 바쁜 바다는 이내 길잡이가 되어준다. 저만치에서 출렁이는 파도를 길동무 삼아 걷는다. 앞서 간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아 걷는 내내 새 길을 개척하는 기분에 우쭐해진다.
―「PART 07 | 099 바다가 내게 오는 길, 안면도 해안길 (363~364p) 중에서
사실, 걷기는 여행의 기본이며, 여행의 완성이기도 하다. 주마간산(走馬看山) 이라는 말이 있다. 말을 타고 달리면서 산을 본다는 뜻이다. 대강대강 훑어보고 지나간다는 한자성어이다. 요즘 시대에는 말 대신 승용차를 타고 주마간산을 한다. 하지만, 스치며 보는 풍경은 눈에만 남고 마음의 여운이 적다. 여행이라는 것이 멋진 풍경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지친 마음에 여유를 만드는 일이며, 그 풍경과 여유를 마음에 채우는 일이다. 스쳐가는 풍경으로는 마음을 채우기에 부족하다.
차에서 내려 걷자.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풍경을 느낄때 비로소 자연과 하나가 된다. 2010년엔 마음에 행복을 가득 채우러 행복한 걷기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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