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엔 새들의 아파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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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로엔 새들의 아파트가 있다?

대전역~충남도청 은행나무 수백마리 할미새 잠자리로 변해

  • 승인 2009-12-28 00:00
  • 신문게재 2009-12-29 7면
  • 임연희 기자임연희 기자
대전 도심 속 새들의 아파트 보셨나요?

대전역에서 충남도청을 잇는 중앙로 대로변에 서 있는 은행나무가 밤이면 수백 마리의 할미새가 모여 자는 새들의 아파트가 되고 있다.<사진>

대전시 동구 중동 다비치안경 맞은편 목척교 버스승강장 옆 은행나무에는 해가 지자 날씬한 몸매에 긴 꽁지를 가진 미끈한 새들이 서너 마리씩 연이어 날아들기 시작한다.

흰 배를 드러낸 새들이 떼를 이뤄 나무 위에서 움직이자 마치 밤하늘에 흰 눈이 날리는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또 낮에는 볼 수 없던 새들이 해가 떨어진 저녁부터 한곳으로 모여들어 이 나무 아래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머리와 옷에 새똥세례를 받기 일쑤다.

실제로 이 은행나무 아래 도로와 보도블록만 유난히 하얗게 새똥이 널려 있다.

매일 목척교 버스승강장에서 시내버스를 탄다는 김효신(50·대전시 서구 용문동)씨는 “낮에는 괜찮은데 밤만 되면 승강장 옆 은행나무로 새들이 모여 버스를 기다리다가 옷에 새똥을 맞은 적이 여러 번 있다”며 “몇 년 전 갑자기 나타난 이 새들은 무엇이며 어디서 왔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김성규(65·대전시 중구 중촌동)씨도 “새들이 이 나무에서 자는 것 같은데 중앙로 양 옆으로 플라타너스와 은행나무가 즐비한데 왜 유독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고 밤새 불이 환하게 밝혀진 이곳에 새들이 모여 사는지 모르겠다”며 갸우뚱했다.

버스승강장 앞에서 가발가게를 운영하는 최태식 씨는 “언젠가부터 새들이 이곳에서 잠을 자고 아침이면 날아가는데 새똥에 놀란 사람들이 옷과 머리에 묻은 새똥을 닦기 위해 하루에도 몇 사람씩 휴지를 가지러 온다”고 말했다.

본보 인터넷방송팀이 촬영해온 이 새의 영상을 본 국립중앙과학관 백운기 연구관은 “백할미새와 안락할미새, 검은등할미새 등 할미새들로 낮에는 인근 대전천에서 먹이를 먹는 등 따로 생활하다가 밤이 되면 천적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한곳에 모여 자는 것 같다”면서 “도심 주변 하천에서 주로 사는 새들이다 보니 차량과 불빛, 소음에 익숙해 버스승강장 옆에서 사는데 문제가 없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또 조류연구가 양철희 씨는 “이들은 평상시에는 각자 생활하다가 겨울이 되면 집단으로 잠자리를 함께하는 습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연희·동영상=이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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