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에서 충남도청을 잇는 중앙로 대로변에 서 있는 은행나무가 밤이면 수백 마리의 할미새가 모여 자는 새들의 아파트가 되고 있다.<사진>
대전시 동구 중동 다비치안경 맞은편 목척교 버스승강장 옆 은행나무에는 해가 지자 날씬한 몸매에 긴 꽁지를 가진 미끈한 새들이 서너 마리씩 연이어 날아들기 시작한다.
흰 배를 드러낸 새들이 떼를 이뤄 나무 위에서 움직이자 마치 밤하늘에 흰 눈이 날리는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또 낮에는 볼 수 없던 새들이 해가 떨어진 저녁부터 한곳으로 모여들어 이 나무 아래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머리와 옷에 새똥세례를 받기 일쑤다.
실제로 이 은행나무 아래 도로와 보도블록만 유난히 하얗게 새똥이 널려 있다.
매일 목척교 버스승강장에서 시내버스를 탄다는 김효신(50·대전시 서구 용문동)씨는 “낮에는 괜찮은데 밤만 되면 승강장 옆 은행나무로 새들이 모여 버스를 기다리다가 옷에 새똥을 맞은 적이 여러 번 있다”며 “몇 년 전 갑자기 나타난 이 새들은 무엇이며 어디서 왔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버스승강장 앞에서 가발가게를 운영하는 최태식 씨는 “언젠가부터 새들이 이곳에서 잠을 자고 아침이면 날아가는데 새똥에 놀란 사람들이 옷과 머리에 묻은 새똥을 닦기 위해 하루에도 몇 사람씩 휴지를 가지러 온다”고 말했다.
본보 인터넷방송팀이 촬영해온 이 새의 영상을 본 국립중앙과학관 백운기 연구관은 “백할미새와 안락할미새, 검은등할미새 등 할미새들로 낮에는 인근 대전천에서 먹이를 먹는 등 따로 생활하다가 밤이 되면 천적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한곳에 모여 자는 것 같다”면서 “도심 주변 하천에서 주로 사는 새들이다 보니 차량과 불빛, 소음에 익숙해 버스승강장 옆에서 사는데 문제가 없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또 조류연구가 양철희 씨는 “이들은 평상시에는 각자 생활하다가 겨울이 되면 집단으로 잠자리를 함께하는 습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연희·동영상=이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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