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차림 1000원.’
자리를 잡고 앉자 가격을 의심할 새도 없이 큰 쟁반에 상이 차려져 나오고, 주변 손님들이 익숙한 듯 천원짜리 한장을 내민다.
거하게 차려진 밥상은 아니지만 눈대중으로 봐도 천원이면 분명히 밑지는 장사다. 한상 차림이라고 해봐야 반찬 세가지와 따끈하게 끓여낸 국 한 그릇, 그리고 고추장을 넣어 쓱쓱 비벼 먹기에 제 격인 밥 한 그릇이 전부다. 하지만 한번 맛을 본 사람들은 그 정성에 한번 반하고 그 맛에 다시 한번 반한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중앙시장 상인 김모(여.66)씨는 “천원짜리 식당이 생겼다길래 어디 맛이나 보자는 심정으로 찾아 왔는데 지금은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오고 있다”고 말했다.
▲ 대전동구 중앙시장에 위치한 기운차림봉사단이 운영하는 기운차림식당에서 점심한끼에 천원을 받으며 봉사단원들이 환한미소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김상구 기자 |
지난 10월 중앙시장 안에 문을 연 ‘기운차림’ 식당.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게가 김씨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 이제 문을 연지 석달째, 처음에는 호기심 반, 의심 반으로 찾아왔다가 단골이 된 이들도 적지 않다.
이 식당의 주인장들은 왜 이 밑지는 장사를 시작했을까. 운영을 맡고 있는 대전기운차림봉사단 정명희 회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정성이 담긴 밥 한그릇으로 삶의 용기와 희망을 전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천원식당”이라고 설명한다.
이곳은 홍익(弘益) 정신을 실천한다는 취지로 결성된 기운차림봉사단이 전국에서 다섯번째로 문을 연 천원식당이다. 경제적으로 모두가 힘들때 따뜻한 밥 한그릇으로 새 기운을 불어 넣어주자는 취지다.
이곳의 단골 손님들은 대게 시장의 상인이나,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이다. 또 최근에는 입소문을 듣고 멀리서부터 찾아오는 손님도 꽤나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곳은 문을 열면서 세운 한 가지 원칙이 있다. 평일 점심을 이용해 하루 100분의 식사만 판매한다는 것. 혹여나 주변에서 음식을 파는 상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도대체 이런 원칙을 지키면서 어떻게 밑지는 장사가 가능할지 의구심이 드는게 당연하다. 이곳은 매월 천원이상씩 소액을 기부하는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다. 세밑 이곳에서 나누는 든든한 점심 한끼가 더욱 의미있게 느껴지는 이유다.
정 회장은 “새해에는 더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새로운 기운과 희망을 얻어 어려운 일들을 극복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CMS후원문의 : 226-8999. www.kiunup.org)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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