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점심 밥상 마음까지 든든해요

  • 사회/교육
  • 미담

1000원 점심 밥상 마음까지 든든해요

세밑 희망나누는 천원 식당 '기운차림'

  • 승인 2009-12-28 15:01
  • 신문게재 2009-12-28 1면
  • 이종섭 기자이종섭 기자
대전역 맞은편 중앙시장 안 좁다란 골목. 제대로 된 간판하나 내걸리지 않은 조그만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눈을 의심케하는 문구가 먼저 시선을 붙잡는다.

‘한상차림 1000원.’

자리를 잡고 앉자 가격을 의심할 새도 없이 큰 쟁반에 상이 차려져 나오고, 주변 손님들이 익숙한 듯 천원짜리 한장을 내민다.

거하게 차려진 밥상은 아니지만 눈대중으로 봐도 천원이면 분명히 밑지는 장사다. 한상 차림이라고 해봐야 반찬 세가지와 따끈하게 끓여낸 국 한 그릇, 그리고 고추장을 넣어 쓱쓱 비벼 먹기에 제 격인 밥 한 그릇이 전부다. 하지만 한번 맛을 본 사람들은 그 정성에 한번 반하고 그 맛에 다시 한번 반한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중앙시장 상인 김모(여.66)씨는 “천원짜리 식당이 생겼다길래 어디 맛이나 보자는 심정으로 찾아 왔는데 지금은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오고 있다”고 말했다.

▲ 대전동구 중앙시장에 위치한 기운차림봉사단이 운영하는 기운차림식당에서 점심한끼에 천원을 받으며  봉사단원들이 환한미소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김상구 기자
▲ 대전동구 중앙시장에 위치한 기운차림봉사단이 운영하는 기운차림식당에서 점심한끼에 천원을 받으며 봉사단원들이 환한미소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김상구 기자

지난 10월 중앙시장 안에 문을 연 ‘기운차림’ 식당.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게가 김씨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 이제 문을 연지 석달째, 처음에는 호기심 반, 의심 반으로 찾아왔다가 단골이 된 이들도 적지 않다.

이 식당의 주인장들은 왜 이 밑지는 장사를 시작했을까. 운영을 맡고 있는 대전기운차림봉사단 정명희 회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정성이 담긴 밥 한그릇으로 삶의 용기와 희망을 전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천원식당”이라고 설명한다.

이곳은 홍익(弘益) 정신을 실천한다는 취지로 결성된 기운차림봉사단이 전국에서 다섯번째로 문을 연 천원식당이다. 경제적으로 모두가 힘들때 따뜻한 밥 한그릇으로 새 기운을 불어 넣어주자는 취지다.

이곳의 단골 손님들은 대게 시장의 상인이나,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이다. 또 최근에는 입소문을 듣고 멀리서부터 찾아오는 손님도 꽤나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곳은 문을 열면서 세운 한 가지 원칙이 있다. 평일 점심을 이용해 하루 100분의 식사만 판매한다는 것. 혹여나 주변에서 음식을 파는 상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도대체 이런 원칙을 지키면서 어떻게 밑지는 장사가 가능할지 의구심이 드는게 당연하다. 이곳은 매월 천원이상씩 소액을 기부하는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다. 세밑 이곳에서 나누는 든든한 점심 한끼가 더욱 의미있게 느껴지는 이유다.

정 회장은 “새해에는 더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새로운 기운과 희망을 얻어 어려운 일들을 극복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CMS후원문의 : 226-8999. www.kiunup.org) /이종섭 기자 noma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2.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1. 유성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장관상 수상 쾌거
  2. 대전소방본부 나누리동호회 사랑나눔 '훈훈'
  3. 대전 중구, 민관 합동 아동학대예방 거리캠페인
  4. 한국타이어 2024년 임금협상 조인식… 임금 6% 인상
  5. 크리스마스 케이크 대목 잡아라... 업계 케이크 예약판매 돌입

헤드라인 뉴스


‘대전 보훈문화 선도도시로’ 호국보훈파크 조성 본격화

‘대전 보훈문화 선도도시로’ 호국보훈파크 조성 본격화

대전시와 국가보훈부가 업무협약을 통해 호국보훈파크 조성에 본격 나선다. 양 기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 보훈터에서 보훈복합문화관 조성과 보훈문화 확산이라는 공동의 비전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이번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주요 협약 내용으로 대전시는 보훈복합문화관 부지 조성, 지방비 확보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국가보훈부는 보훈복합문화관 조성 국비와 보훈문화 콘텐츠 등을 지원해 보훈의 가치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공간 마련에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특히 이번 협약..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쌀쌀한 날씨가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을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10월 상담은 5만 29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9월 4만 4272건보다 13.6% 늘어난 수치다. 이중 소비자 상담이 가장 많이 늘어난 건 전기매트류로, 9월 22건에서 10월 202건으로 무려 818.2%나 급증했다. 올해 겨울이 극심한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자 미리 겨울 준비에 나선 소비자들이 전기매트류를..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가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두고 이례적 극찾을 하고 나서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공무원노동조합은 25일 '진짜 확 달라진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논평을 내고 2024년 행감 중간평가를 했다. 노조는 논평을 통해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평가하며, "도민 대의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며 과거 과도한 자료 요구와 감사 목적 이외 불필요한 자료 요구, 고성과 폭언을 동반한 고압적인 자세 등 구태와 관행을 벗어나려 노력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충남노조는 "사실 제12대 도의회는 초선 의원이 많..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 ‘백일해 예방접종 하세요’ ‘백일해 예방접종 하세요’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