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증수]방기곡경(旁岐曲徑)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성증수]방기곡경(旁岐曲徑)

[경제칼럼]성증수 한국토지주택공사 대전충남지역 본부장

  • 승인 2009-12-28 15:01
  • 신문게재 2009-12-28 21면
  • 성증수 한국토지주택공사 대전충남지역 본부장성증수 한국토지주택공사 대전충남지역 본부장
기축년 2009년이 기울어 가고 있다. 해돋이를 보며 신년계획을 설계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월 달력 한 자락만이 매달려 있다. 참으로 세월보다 빠른 것은 없는 것 같다.

▲ 성증수 한국토지주택공사 대전충남지역 본부장
▲ 성증수 한국토지주택공사 대전충남지역 본부장
묵은 해를 떠나보내며 돌이켜 보면, 해마다 다사다난하지 않은 시절이 없었겠지만 2009년 소띠 해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렵고 힘든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

신년 벽두, 농성 중이던 철거민들을 해산하는 과정에서 6명이 사망한 용산 참사는 해를 다하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정치권과 언론의 찬반 논쟁으로 국론분열로까지 휘둘린 미디어법은 수많은 곡절 속에 강행 통과되더니 지금껏 그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무분별한 해외 매각으로 핵심기술을 유출당하고 법정관리까지 치달은 쌍용 노조 총파업은 여름 내내 온 국민을 우울하게 만들고, 행정도시의 자족도시 실현 불가론에 따른 세종시 계획 수정 논란은 우리 지역의 충청민심을 분노케 하기에 충분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노무현 대통령은 봉하 마을로 복귀 한 후 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함으로써 온 국민의 마음에 아픔과 상처를 남겼고, 또한, 종교, 정파, 지역을 초월하여 온 국민의 추모 물결을 일으킨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대한민국 민주주의 상징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은 한 동안 우리 모두의 가슴을 애달프게 했다. 설상가상, 신종 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국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고 덩달아 경기 침체 영향으로 서민 경제는 더욱 악화되고 말았다.

`교수신문'은 2009 올 해의 사자성어로 `방기곡경'을 선정하였다고 한다. 선정의 변은 정치권과 정부에서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사업' 밀어붙이기, 미디어법 처리 등을 비롯한 정치적 갈등을 안고 있는 문제를 국민적 동의와 같은 정당한 방법을 거치지 않고 독단으로 처리해온 행태를 비유한다는 것이다. 선정의 적정성에 대한 견해는 각자 주관적이겠지만 최고 지성이 보는 한 시대의 통찰에 대한 카타르시스로, 그리고, 정치와 정부에 대한 촌철살인 같은 일갈로만 치부하기에는 영 마음이 개운치가 않다.

눈을 감고 지나온 한 해를 회상하면, 눈앞의 기득권리와 영달을 위해 남을 존중하지 못하고 배려하지 못하는 마음가짐과 독단이 어찌 이 정치권에만 있다 주장할 수 있겠는가 반성해 본다.

한 사회의 구성인 개개인이 쌓아올린 생각과 행동이 그 시대의 사회상으로 투영된다는 명제 앞에 한 시대의 상을 통찰해 낸 사자성어 `방기곡경'은 분명 우리 모두의 자화상일 것이다.

최근 한국 순회공연 중인 케냐의 `지라니 합창단' 이야기가 우리 마음에 훈훈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세계 10대 불평등 국가 중의 하나인 케냐의 고로고쵸 슬럼가 쓰레기장을 뒤지던 아이들을 모아 만들어진 `지라니 합창단'은 박애와 배려의 결정체다.

`지라니 합창단'은 쓰레기장에 절망으로 주저앉아 있는 아이를 보고 충격을 받은 우리 한국인에 의해 창단되었는데, 절망의 막장에 방치되었던 아이들이 흑색 진주가 되어 희망을 노래하고 있는 연주를 감상하고 있노라면 우리가 걸어온 길이 얼마나 호사스럽고 이기적이었던가를 또한 이 시대에 우리가 가야할 길이 진정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시대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서로 돕고 나누며 우애하는 훌륭한 민족성은 우리의 자랑이다. 사회적 갈등의 표출이 격동하는 듯 싶어도 양질의 선철을 뽑아내는 용광로처럼 개념과 틀을 발전적으로 우려낼 줄 아는 유전자가 우리의 몸속에 살아 있다.

2009년, 재삼 돌이키면 어려웠던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G20회의를 유치하고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에 가입함으로써 국격 제고의 진일보가 있었고,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함으로써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탈바꿈하였다. 또한, 궤도 진입에는 실패하였지만 우주발사체 나로호를 발사하였고 피겨여왕 김연아, 골프 신성(新星) 양용은·신지애는 세계 속의 한국을 선양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2010년 호랑이해가 밝아온다. `방기곡경'을 부당과 독단의 사전적 의미가 아닌, 우리 사회가 올바르고 큰 길로 복귀하길 바라는 소망으로 재해석하며, 박애와 배려 속에 더불어 사는 2010년의 희망을 꿈꾸어 보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5.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