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묻은 천원에도 “감사합니다” 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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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묻은 천원에도 “감사합니다” 절로

<본보 임병안기자의 자선냄비 일일체험> 매서운 찬바람에도 기부손길에 `훈훈'

  • 승인 2009-12-28 15:01
  • 신문게재 2009-12-25 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지난 23일 오후 7시 대전시 중구 으능정이거리. 다가온 성탄절에 지나는 시민들의 표정이 들떠 있었다.

5만여 개의 루체페스타 전구는 어두운 밤하늘을 밝혔고 그 밑을 가족들과 연인들의 무리가 쉼 없이 이어져 으능정이거리를 가득 채웠다.

그 속에서 기자는 구세군 종소리를 쫓아 자선냄비를 지키던 대동교회 박종철(54)정교(장로)와 김청자(여·54)사관(목사)을 만났다.

곧이어 붉은색 예복으로 갈아입고 구리로 된 종을 건네받았다. 손에서 묵직함이 전해왔다.

“이웃을 위해 구세군 자선냄비에 기부하는 이가 많지 않아도 실망하면 안됩니다. 그래서 더 고마운 법이지요.”

이들 구세군과 함께 본격적으로 종을 흔들며 자선냄비 모금에 들어갔다. 사람들 앞에서 모금을 처음하는 긴장감 때문에 종소리는 초침처럼 경박스러웠고 기자의 고개는 자꾸 바닥을 향했다.

그러자 박 정교는 “이웃을 돕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라며 용기를 줬다.

구세군 자선냄비 옆에 서서 종을 치며 모금활동을 벌인 지 10여 분만에 처음으로 부모와 함께 온 아이가 구세군 냄비에 손을 뻗었다. 기자도 모르게 절로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거리는 빠른 음악이 뒤덮었고 사람들은 구세군 자선냄비를 보지 못한 것처럼 스쳐 지났다. 붐비는 곳에서도 구세군 자선냄비를 찾아오는 이들이 있었다.

교복차림으로 친구들과 나온 여학생에서 한 손에 선물을 들고 집에 들어가는 가장까지 자선냄비에 기부했다. 개중에는 뒤에서 조용히 다가와 기부만 하고 얼른 뒤돌아 가는 시민들도 있었다.

“자선냄비를 하다보면 잘사는 사람만 기부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부족해 보여도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박정교는 아직 우리사회는 희망이 많음을 전해줬다.

기자의 구세군 모금체험은 순식간에 지나가 어느덧 밤 9시가 됐다. 꽁꽁 언 시멘트바닥에서 전해오는 찬 기운에 기자의 발가락은 잔뜩 움츠러든 상태였다.

박 정교는 “모금액은 지난해보다 약간 줄었지만 그래도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구세군 냄비의 모금액은 구세군 본영에 모인 후 전국 어려운 가정이나 천재지변을 겪은 사람들을 위해 사용된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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